제12화

직지 vs. 구텐베르크 Part 1

by 쏘쿨쏘영

지금처럼 K-POP과 K-Drama, K-Food가 글로벌하게 환영받지도, 그리고 그다지 알려지지도 않았던 30년 전의 미국.


한국 문화와 사회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가진 미국 사람들이 많았던 만큼 그런 오해에 자주 맞닥뜨릴 때마다 바로잡아 주려고 소윤은 노력했다.


여름 단기 Language course의 writing 수업 담당이었던 선생님은 유난히 일본유학생에 대한 편애가 심하고 또 그만큼 한국학생들에 대한 평가에는 야박했던, 약간 미국 스타일의 꼰대 중년 남자였다.


대화를 할 때의 어투나 찰나에 스치는 얼굴 표정의 미세한 변화, 시선의 위치, 눈빛, 제스처 등을 종합적으로 조합해 상대방의 심리와 감정에 대한 정보를 순식간에 파악하는 편인 소윤에게는, 이 미국 꼰대 스타일의 선생님은 참으로 파악하기 쉬운 교재였다.


'이분은 한국 학생들을 무시하는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얼굴 표정, 냉랭한 태도, 너희가 무얼 알겠니 라는 다소 닫힌 태도 등등...


어느 writing 수업시간, 인쇄술에 대한 article을 읽고 리뷰글을 쓰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주제는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개발이 서양 문명사에 끼친 막대한 영향에 대한 것이었고, 그 article에는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세계 최초라고 쓰여 있었다.


다른 한국 학생들은 묵묵히 리뷰글을 영작하여 쓰고 있었지만, '직지'가 세계 최초임을 알고 있었던 소윤은, 이런 오류가 담긴 잘못된 글을 읽고 모른 척 가만히 넘어갈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


어학연수 초기 유창하지 않은 영어로 더듬더듬 작문 선생님에게 교재 내용에 오류가 있다고 얘기했다.

'직지'라는 고려의 인쇄물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이라고.


미국 꼰대 선생님은 약간의 비아냥과 당황스러움이 섞인 'So what?'이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바로 반박을 해왔다.


"Do you have proof?"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