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직지 vs. 구텐베르크 Part 2

by 쏘쿨쏘영

(Part1에 이어서)


"Do you have proof?"


'옳다구나!'

소윤은 내적 웃음이 밖으로 터져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미국 꼰대 중년 선생님의 이 반응은 소윤이 내심 기대하던 바였다. 예상했던 시나리오대로 그는 반응을 했다.


사람을 허술하게 봐도 유분수지 아무려면 근거도 없이 그런 주장을 할까?


소윤은 차분히 그 선생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자신의 주장에 대한 논거를 대기 시작했다.


"Many scholars' theses on the fact that Jikji is the world's first metal movable type are published in international journals. Jikji is published in 1377 and

Gutenberg invented his metal print type in1440. You can see the actual print of Jikji in the national library of France."


직지가 현존하는 금속활자본 중 가장 오래된 것임을 증명하는 세계 학술지의 논문들, 그리고 정확한 연도.


흠......


어수룩해 보이는 조그만 아시안 여자애가 이런 충실한 근거를 대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미국 꼰대 선생님의 얼굴에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팍스 아메리카나'를 외치며 다른 나라의 문화에는 전혀 관심 없는 오만한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아마도 그는 '직지'라는 인쇄물이 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I've never heard of it."


자신이 아는 '구텐베르크'라는 기존의 상식과 세계를 뒤흔들자니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하여, 그는 선생답지 않은, 논리적이지 않은 아집을 부리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소윤은 가만히 대꾸했다.

"You can easily check the proof if you search the Navigator."


그 당시 미국에서 많이 쓰던 웹브라우저, 내비게이터.

추억 돋네요.


그날 이후로, 그 선생님은 소윤에게 더 냉담하게 대했다.


좀 더 그릇이 큰 사람이었다면 자신이 알고 있었던 정보가 틀렸다며, 사실을 알려주어 고맙다고 했을 텐데......


그는 여전히 그만의 '구텐베르크'세계관에서 벗어나기가 무서웠던 것일까?

새로운 정보를,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것이 두려웠던 것일까?

새로움에 무서워지기 시작하면, 사람은, 그리고 정신은 늙어지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