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왕서방 주방장님 Part 3

by 쏘쿨쏘영

(Part 2에 이어서)


날씬하고 조금 까다로워 보이는 인상의 여자손님이 차이니즈 식당 분점 안으로 들어섰다.


"What can I get for you?"

메뉴판을 가져다 드리며 소윤은 물었다.


"Do you have a vegetarian menu?"
두둥......

음......


아시겠지만, 대부분의 중국음식 메뉴에 고기 성분들이 아예 없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기존 메뉴에서 고기를 빼고 음식을 특별히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인데...


영어만으로는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안 되는 왕서방 주방장님에게 이 까다로운 손님이 주문한 메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의 문제가 소윤에게 남았다.


이윽고, 메모지와 볼펜을 잡고 짧은 단어를 써 내려가는 소윤.

큰 글씨 몇 개를 쓴 다음, 조리실 안 중국인 주방장 아저씨에게 다가가 보여드렸다.


'No 肉'


과연 제대로 의미가 통했을까? 알아들으셨을까? 걱정하는 소윤의 초조한 눈빛을 읽은 듯 왕서방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휴...... 다행이다.'


안심이 된 소윤은 그제야 다른 손님들의 주문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조금 지났을까? 왕서방 아저씨는 베지테리언 메뉴가 나왔음을 손짓으로 알려 왔다.


음식을 손님에게 서빙한 후 소윤은 캐셔 자리로 돌아왔다.


그 순간, 예의 까다로운 여성 손님이 신경질적으로 소윤을 불렀다.


짜증이 가득한 표정, 신경질적인 하이톤의 목소리로 소윤에게 따지며, 서빙된 음식을 뒤적거리며 보여준다.


'아뿔싸. 여기에 왜 고기가?'


소윤의 눈에 보이는, 청경채 아래 섞여 있는 고기들.


고기를 쳐다 보기도 싫어하는 듯한 까다로운 베지테리언 언니의 경멸조의 눈빛은 소윤에게 계속 꽂혀 있었다.


그 눈은 마치 이렇게 이야기하는 듯했다.


"고고한 나의 베지테리언 신념을 가볍게 무시하는, 개념 없는 아시안 여자애 같으니라고. 이건 나에겐 정말 중요한 원칙인데 넌 제대로 신경 써주지 않았구나. Stupid!"


주문을 제대로 전달한 소윤은, 억울했지만,

주방장 아저씨가 잘못 만들었다고 그 손님에게 변명할 수 없었다.


손님들의 주방장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면 식당에 대한 신뢰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니까.

캐셔가 비난받는 편이 차라리 더 나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