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화
번외 편 3 - 상념은 밀푀유처럼 쌓인다
프랑스 빵 중의 하나인 밀푀유 (millefeuille)는
빵칼로 한 개 한 개 조각을 내지 않는 이상,
겉으로만 봐서는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예민한 층들을
품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층들이 얼마나 얇고 얼마나 쉽게
바스러지는지,
빵칼을 대기 전까지는,
혹은 한 입 베어 물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다.
오래된 상념들은 밀푀유 층처럼 쌓이고 쌓여
그 속이 문드러지고 나서야, 그제야,
'아, 내 속에 이런 층들이 있었구나' 하고
뒤늦게 알아채기 십상이다.
오호통재라!
산산이 바스러진 빵부스러기를 수습하려
뒤늦게 나서기라도 하여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타고난 예민함을 감추려 둔감함을 가장했던
오랜 세월, 잘 버텨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