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넌 카페테리아에서 일하려고 미국 왔니?

by 쏘쿨쏘영


학생들의 런치 시간이 시작되기 1시간 30분 전부터

Western Michigan University 캠퍼스 내의 카페테리아는 각종 음식 메뉴 준비와 세팅으로 바빠지기 시작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샐러드용 커다란 스테인리스 소스통에 각종 소스들부터 가득 채워 넣기 시작하는 소윤.

뭔 놈의 샐러드 소스 종류들이 이렇게나 많은지 미국에 오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카페테리아 매니저인 한국계 이민자인 써니 언니의 조언대로 소윤은 소스 이름부터 다 외워가면서 일을 배우고 있는 중이었다.


써니 언니는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에 걸맞은, 시원시원한 목소리의 활기 넘치는, 쿨하면서도 핫한 사람이었다.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이민 와서 이런저런 고생을 하셨음을 그녀의 억척스러움에서 짐작할 수 있었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내색 한번 하지 않고, 얼굴에 어두운 구석 하나 없이 항상 파이팅이 넘쳤다.


랭귀지 스쿨 과정의 외국인임에도 소윤이 캠퍼스 카페테리아에서의 job을 잡을 수 있었던 건 써니 언니의 도움 덕분이었다.

멋진 삶의 태도를 가진 언니라고 생각하며 그녀를 따랐던 소윤. 세월이 흘러도 써니 언니의 긍정적이고 멋진 태도는 변함없으리라 기대해 본다.


고마운 사람은 몇십 년의 세월이 흘러가도 여전히 고마운 사람으로 아름답게 기억된다.


학생들이 한창 식사 중인 카페테리아.

테이블을 치우러 식당 홀 안으로 들어간 소윤의 눈에,

먹다 남은 음식과 산처럼 쌓인 냅킨 뭉치들이 지저분하게 남겨진 테이블들이 보였다.

지나간 자리가 지저분하다는 것만으로도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의 품격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좀 깨끗하게들 먹지.' 하며 지저분한 테이블 위를 열심히 훔치고 있는 소윤의 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넌 미국에 영어 배우려고 왔냐? 아니면 일하려고 왔냐?"

잘생긴 진주 목걸이 그 청년이었다.


대화 중에 쓰는 단어나 말투에 무척 예민한 소윤에게는, 약간은 거슬리는, 비아냥이 배어 있는 듯 들리는 톤이었다.


약간의 불쾌함을 참으며, 손으로는 열심히 테이블 위를 훔치며 소윤은 무심히 대답을 했다.


"체험 삶의 현장이라고 몰라? 영어도 배우고 돈도 버는 거야, 지금. 인생 공부 중인 거지."


그렇지. 사실 틀린 말도 아니지.

랭귀지 스쿨에서 배우는 건 어차피 문법들 위주인데 그런 건 이미 한국에서 마르고 닳도록 다 배운 것 아닌가?

생활 속에서 살아 있는 영어를 배우는 게 더 낫지 않나?


나름 설득력 있는 답변이었다고 스스로 뿌듯해하던 소윤. 그러나 이내

'아니, 내가 왜 이런 질문에 쓸데없이 답을 하고 있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든다.


600달러만 생활비로 가지고 와서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의 소윤에게 그런 질문은 불편한 종류의 것이었다.


그 청년에게 진주 목걸이를 가지고 다니게 된 배경에 대한 상세한 사항을 소윤은 먼저 묻지 않았었다.

혹시라도 있을지도 모를 그의 처지를 미리 배려해서였다.

그러나, 소윤의 처지는 오늘 배려받지 못했다.


다시 지저분한 테이블로 눈길을 돌리며 소윤은 깨끗하게 냅킨 뭉치들을 치워냈다, 묵묵히.


(매주 토요일에 업데이트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