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시카고 다리 위에서

by 쏘쿨쏘영

꿈인가 현실인가

눈인지 비인지 모를

어쩌면 안갯속의 도시, 시카고.


회색빛 하늘의 시카고 다운타운을 사람들과 이리저리 거닐었다.

너무 거대해서 바빌론의 탑 지구라트 인양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마천루들 바로 밑을 지나가며 그 끝은 어디일까 궁금해졌다.


안개인지 비인지 모를 공기 속에 싸여있는 그 꼭대기를 고개를 들어 찾아보는 소윤.


'끝이 보이지 않아. 그래서 더 매력적인 것 같아. 상상의 여지가 남아 있잖아.'


길거리 바닥에서는 그 끝이 보이지 않는 마천루의 숲을 지나 이윽고 시카고 다리에 도착했다.


다리 입구에 오래된 소화전이 보였다.

그리고 소화전 옆에 있던 팻말에는

'1871년 시카고 대화재 때 불을 끄기 위해 사용한 소화전 중의 하나입니다.'라는 내용의 문구가 쓰여 있었다.


엄청난 규모의 불을 끄기 위해 모두 함께 노력했고

폐허가 된 후 모두 다 함께 복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저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작은 기념비였으나, 유심히 쳐다봐 주는 사람들에게는 그 중요한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곳.


'의미 있게 봐주는 사람들에게만 의미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소윤에게 그렇게 말해 주는 듯했다.


시카고 도개교가 위로 열리기 전

'부우우웅'하는 기적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 이제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음.


소윤은 도개교가 열리는 장관을 보기 위해 시카고 강가에서 기다렸다.

여전히 안개인지 눈인지 비인지 모를 공기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