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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화그리는목각인형 Jun 05. 2018

착한 부자?

《세일즈맨》 2편 <붕어빵>

  우리 사회에서 1%는 어떤 뜻일까? 


  문화 예술계만 보더라도 1%만 혜택을 누릴 뿐 생활을 위협받는 사람들이 80%이다. 


  우리 사회에서 1%란 특권층, 다시 말해 ‘부자’란 뜻이다.


  부자들은 나누자는 말을 싫어한다. 


  성경에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기가 부자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기보다 쉽다고 했다’(마태복음 19:23-24).


  이 이야기를 어떤 사람에게 꺼냈더니 ‘선한 부자’가 되면 된다고 받아쳤다. 

ⓒ 만화그리는목각인형

  선(善)한 부자, 다시 말해 착한 부자라는 뜻이다.


  나 스스로는 선한 부자는 없고 가진 것을 조금 나누는 부자는 있다고 여긴다.


  그럼 어떤 부자가 착한 부자일까? 


  여기 만화가 가르쳐주는 더불어 사는 법이 있다. 


  자동차판매원인 주인공을 중심으로 독립된 짧은 이야기기가 펼쳐지는 허영만(1947-) 작품 《세일즈맨》 2편에 <붕어빵>이라는 이야기이다.    

ⓒ 서울문화사

  한 아이가 주인공 차세일이 일하는 자동차 대리점에서 상품 안내서를 잔뜩 얻어 간다. 


  어느 날 차세일은 영업소 소장이 사 온 붕어빵을 먹다가 붕어빵을 담은 봉투를 보는데 자신들 회사 상품 안내서로 만든 봉투였다. 


  차세일은 얼마 앞서 상품 안내서를 잔뜩 얻어 간 아이가 떠오르고 느낀 바가 있어 상품 안내서에 별표를 해두는데 그 상품 안내서가 한 붕어빵 노점에서 발견된다.


  상품 안내서를 얻어 간 재훈이라는 아이가 붕어빵 파는 아저씨 아들이라고 생각한 차세일은 상품 안내서를 넉넉히 챙겨준다. 


  재훈이는 곧 이모가 차를 사러 올 거라고 하지만 차세일은 그냥 하는 소리로 알고 웃음으로 받아넘긴다. 

주인공 차세일 ⓒ 허영만

  어떤 여자가 대리점으로 찾아와 차세일에게 비싼 차를 계약한다. 


  차세일은 그 사람이 재훈이가 말한 이모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다 비싼 차를 탄 재훈이 말하고서야 알아챈다.


  차세일은 붕어빵 노점으로 찾아가 아들 이름을 묻는 척하며 슬쩍 떠보는데 딸만 둘이라는 말만 듣는다. 


  어라, 그럼 재훈이는 누구이고 붕어빵 아저씨와 무슨 사이기에 상품안내서를 잔뜩 갖다 줬을까?


  마침 재훈이가 오자 차세일은 붕어빵을 나눠 먹으며 붕어빵 아저씨와 무슨 관계냐며 묻는다. 


  어떤 특별한 대답을 기대했지만, 그냥 한동네 산다는 대답에 차세일은 웃는다.     

재훈 ⓒ 허영만

  일반 분양아파트와 임대아파트가 섞인 이른바 소셜믹스 아파트단지에서 임대아파트 주민이 지나다니지 못하도록 바리케이드를 쳤다고 한다. 


  임대주택 휴먼시아에 사는 사람들을 휴먼시아 거지라는 뜻으로 ‘휴거’, LH 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엘사’라고 아이들이 서로 놀리는 말이라는데 이 말이 왜 나왔을까? 


  다 어른들이 만들어낸 그림자가 아닐까.


  게으르니까 가난하다고 한다. 


  게으른 사람이 가난할 수는 있지만 가난하다고 게으르지는 않다. 


  부지런히 일해도 부자가 되기 쉽지 않은 세상. 


  그런데도 사람들은 가난을 조롱하고 혐오한다. 


  배려와 존중 같은 가치관은 돈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돈은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하다. 


  <붕어빵>, 이 작품에서 재훈은 어려서 돈을 벌지 않으니 제 돈으로 돕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 마음 씀씀이를 볼 때 자라서는 어려운 이웃에게 갑질하지 않고 가난을 조롱하지 않는 부자가 되지 않을까 한다. 


  아니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주인공 차세일 그림은 작품 내용을 잘 전달하려고 색을 입혔습니다.


  작가 저작권을 해칠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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