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티핑포인트를 찾아라
투자로 일 년에 몇 퍼센트의 수익을 기대하세요?
연평균 기대수익률을 묻는 것은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이는 투자자의 성향을 알려준다. 숫자놀음만이 아닌 비재무적인 영역이다. 컨설팅은 종합예술이란 매력을 재확인하는 시간이다. 필요만큼 판단은 어렵다. 자신의 투자성향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투자의 대상이 무엇이든 목적은 자산가치 보전이 시작이다. 물가상승을 이기는 것이 우선이다.
물가상승률에 대한 지표로 '소비자물가지수'를 사용한다.
소비자물가지수
http://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060
생산자물가지수
http://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061
수출입물가지수
http://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062
70년대 두 자릿수를 상회하던 소비자물가지수는 현재 2% 수준이다.
아래 각국의 인플레이션율을 보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2013년 자료인데 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 대한민국은 0-2%로 나타난다. 중국은 2-15%로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러시아, 남미는 4-10% 호주는 2-4%다. 동시대에 30-45% 인 국가도 눈에 띈다.
인플레이션은 그 나라의 경제성장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금리도 마찬가지다. 이해를 돕기 위해 질문을 추가하자.
장기적으로 국내 금리는 올라갈까요? 내려갈까요?
다음 질문에 답이 있다.
한국의 과거 금리가 높았나요? 요즘이 높나요?
정답은 과거다. 격동의 70년대를 떠올려보자. 당시 금리는 10%를 훌쩍 뛰어넘었다. 왜 그랬을까?
기업이 100원을 투자해 물건을 만들었다. 500원에 팔았다면 400원의 부가가치가 생긴 것이다. 모든 경제주체-가계, 기업, 정부-가 이루어낸 부가가치의 총합이 ‘경제성장률 real GDP’이다. 정부 주도하에 대기업을 육성시킨 한국은 세 주체 중 기업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기업이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즉 사업 육성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기본 방법은 은행 대출, 채권 발행, 주식발행이다.
주식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비용면에서 가장 유리하지만 70년대 국내 기업의 인지도와 시장의 불안을 생각하면 쉽게 투자를 결정했던 이들은 투기세력뿐이었을 것이다. 채권 역시 기업들의 신용도가 낮아 은행금리를 상회하는 고금리로 발행해야 했을 테니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다. 부담스러운 금리지만 은행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정부는 대기업 육성을 위해 대출한도를 거의 제한하지 않았다.
한국은 건설과 수출의 두 엔진으로 고도성장했고 건설이 주동력이었다. 개발 붐이 있기 불과 4-50년 전 논밭이었던 강남 일대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된다.
70년대 강남
건설경기 활황은 설비, 철강, 시멘트, 제지, 섬유, 물류, 교통 심지어 서비스까지 거의 모든 분야의 산업 발달을 동반한다. 기업들은 15%를 넘나드는 은행 대출이율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사업만 하면 20-30%의 수익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어발식으로 업종을 확장하며 대출을 추가했다.
현재 은행은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내지만 전통 상업은행은 대출이자(여신)와 예금이자(수신)의 차이, 예대마진이 주 소득원이었다. 15%의 기업대출을 일으키고 개인예금은 12%로 돌려준다면 3%의 수익을 얻는다. 이런 구조에서 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은행 대출을 늘리면 수요 증가에 따라 대출금리는 올라간다. 이와 발맞춰 은행 예금금리도 올라갔다.
2016년으로 돌아오자.
http://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2736
건설 엔진은 노쇠한 지 오래다. 제2의 동력인 수출에만 의존하는 상황은 불안해 보인다. 과거처럼 기업들이 고수익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 경제신문을 보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헤매는 그들의 고군분투가 그려진다.
다행인 것은 고도성장에 성공했다는 것이다.-오직 경제 관점에서만 그렇다. IMF를 이겨내고 살아남은 대기업들은 ‘승자독식 Winner takes it all’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났다. 이제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은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각종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 특히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다. 채권은 어떠한가. 삼성전자 채권은 거의 국채 수준의 저금리로 발행됐다.
http://www.thebell.co.kr/front/free/contents/news/article_view.asp?key=201204030100003030000172
이런 상황에서 굳이 비싼 은행 대출을 받을 이유가 있을까? 덕분에 은행 대출수요는 급감했고 '예금 금리 1% 시대'가 열렸다.
은행금리는 단기적으로 미국의 금리인상과 함께 소폭 상승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현상황이 유지되거나 하락할 것이란 얘기다. 마이너스 금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소위 ‘뉴 노멀 New normal’이라는 저성장 시대는 세계적 트렌드다. 저금리 기조는 유지될 것이고 이미 선진국에 가까운 한국 역시 같은 길을 걸을 것이다. 다시 IMF,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은 금융위기가 온다면 일시적으로 금리가 오르겠지만 장기적으론 어렵다.
과도한 통화량 증가,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정부의 통화정책 실패로 하이퍼인플레이션 Hyper-inflation이 오는 경우가 아니면 저성장, 저금리는 저물가를 의미한다. 이때는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걱정한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4/30/0200000000AKR20160430033100009.HTML?input=1195m
저금리의 핵심 문제는 '실질금리 마이너스'에 있다. 은행금리는 1-2%인데 물가는 2-3% 상승한다면 이미 마이너스 아닌가.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에는 투자의 개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과연 예적금은 안전한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확정적 손실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물가상승을 이겨내고 자산가치를 보존하는 것이 투자의 시작이다.
나아가 ‘티핑포인트 tipping point’의 개념을 적용해보자.
이 단어는 영국 출신 저술가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티핑포인트: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뜨게 되는가?'의 내용처럼 베스트셀러나 사회적 신드롬의 전염성을 효과적으로 설명하는데, 투자에서도 유효하다.
당신이 매년 3,000만 원(月 250만 원)의 수익을 원한다면 수익률이 10% 일 때 원금 3억이면 된다. 정확히 절반으로 수익률이 하락해 5%가 되면 6억이 필요하다. 즉 3억이 추가로 필요하다. 큰 금액이지만 평생 불가능할 것 같지 않다. 3%로 하락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10억이 필요하다. 2%가 하락했지만 무려 4억이 추가로 필요하다. 2%면 15억, 1%면 30억이다. 로또나 상속 없인 불가능해 보인다.
투자에서도 티핑포인트가 존재한고 반드시 그 이상의 수익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3-4%다. 과거 금리는 티핑포인트를 상회했으므로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높은 수익에 도전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물가가 고공행진을 했으니 자산가치 보전을 위해 두 자릿수 고수익이 필요했다. 그 자리는 부동산 불패라는 전설이 비교적 수월하게 메꿔줬다. 그렇다면 지금도 부동산에 올인하는 것이 정답일까? 예나 지금이나 집중투자는 명백한 오답이다. 거시경제의 흐름에 따라 자산 비중을 더 배분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자.
투자로 일 년에 몇 퍼센트의 수익을 기대하세요?
다시 강조하지만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의 ‘뉴 노멀’이 화두다.
물가상승을 이기기 위해서든, 티핑포인트를 넘기기 위해서든 연 4-5%면 충분한 수익률이다. 투자는 지속적으로 ‘Middle Risk, Middle Return’의 괘도를 항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안정적으로 연 4-5% 수익을 내는 방법은 존재할까?
궁금증의 깊이만큼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삽화: '워니'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