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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Mar 26. 2017

'Khan Academy'를 꿈꾸며

copyright   vs.  copyleft

작년(2016) 8월, 8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뒀다. 자그마한 구멍가게를 차렸다. 전사에서는 자산관리, 재무설계 분야에 탁월한 교육체계를 갖추고 수많은 우수 'Asset Manager', 'Finacial Planner'를 양성했다. 배움이 커질수록 목마름도 깊어졌다. 사범대를 졸업하고 교사가 되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동어반복이라는 고된 노동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 그 이상의 쾌락이 인간사에 존재하지 않음을 깨달은 후, 가르침보다는 배움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8년 전 고액 연봉의 금융회사를 그만두고 상장도 되지 않은 작은 규모의 교육회사에 입사했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Teaching is Learning !

직원 및 금융회사의 후배들을 가르쳤고, 덕분에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그만둔 회사에 대한 기억은 아련한 모교의 추억과 같다. 퇴사한 지 일 년도 안됐지만 벌써 그립다.


투자자는 세련된 심마니다. 금광을 찾는 것이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맹수, 수익이 될 시장을 찾는 기업. 대상과 목표의 차이만 있을 뿐 패러다임은 같다. 삼을 캐려면 삼에 대해 알아야 하고, 금도 석유도 마찬가지다. 모든 투자 대상을 공부할 수는 없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결국 투자는 어떤 인맥 인프라를 갖느냐에 달렸다. 사업도, 삶도 마찬가지다.


사업의 스승이자 가족모임의 형님이 있다. 벤처 2세대고, 마흔쯤 일선에서 은퇴했다. 은퇴란 전업투자자를 말한다.


한 가지 질문에 한 가지 답과 커다란 질문이 돌아왔다.


"형님! 형님처럼 몇백억을 번 사람도 정말 더 큰돈을 벌고 싶어요? 욕심은 더 커지는 거예요?"
"하하하. 주열아. 사실 100억. 아니다. 50억만 있으면 재화를 사는 즐거움은 사라진단다. 뭐든 살 수 있으면 명품을 사는 행위는 큰 즐거움을 주지 못하지 않겠니?"

"그런가요?"

"그래. 그다음부터는 누구를 만날 수 있느냐의 문제란다. 100억 규모의 사업을 하는 사람은 그 이상의 사업을 하는 사람과 함께할 기회가 생기게 되고, 그 이상도 마찬가지지. 결국 재산은 그 기회를 제공하는 거란다.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지 그 문을 열어주는 역할인 거지."


"주열아 넌 장사와 사업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니?"

"글쎄요. 장사가 커지면 사업이 되는 거 아닌가요? 장사를 하더라도 사업가 마인드로 하면 되는 거, 그런 건가요?"

"그래. 그 말도 맞지. 음.. 형 생각에는. 장사는 무언가를 차려놓고 열심히 해서 지속적으로 돈을 버는 거야. 먹고 살만큼은 계속 버는 거지. 그런데 사업은 달라. 사업은 무조건 성장만 존재하는 거야. 성장이 멈추는 순간 죽는 거란다. 그래서 비즈니스 판을 전쟁터라고 하는 거야."


"주열아 너도 네 사업을 해야지?"

"저요? 저도 나름 교육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ㅎㅎ"

"그래... 넌 한 분야를 깊이 있게 연구하는 타입인 거 같구나. 형은 조금 잡식성이라 얇고 넓게 보는 편이야. 넌 네 스타일에 맞게 열심히 해보렴."


5년 전의 나는 이 대화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다.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가슴 한편에 커다란 물음표를 세겼다.


2-3년 전부터 회사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암으로 발병됐고, 인간적인 사랑이 남아있을 때 조직의 암세포를 스스로 제거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전 회사의 암덩이인 나를 사표라는 메스로 제거했다.


8월 24일 회사를 차리고, ETF(Exchange Traded Funds)에 가치 분할투자(Value Averaging)하는 프로그램을 애플리케이션으로 개발했다. 안드로이드는 성공적으로 론칭됐고, IOS는 검수가 곧 끝난다. 프로그램 개발단계부터 계속 부딪히는 것은 수익모델이었다. 앱을 유료 화할 것인가, 광고수익을 기대할 것인가, 투자의 개념 없이는 무료 앱이라 해도 사용할 수 없을 텐데 어떻게 할 것인가, 초기에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텐데 그들(Meister Planner)의 교육과 인건비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화두는 Copyright와 Copyleft 였다.


독점적인 교육과 투자 프로그램을 통해 소수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금처럼 잘 먹고 잘 사는 장사를 할 것인가. 회사의 Vision처럼 장인이 되어 세상을 바꿀 것인가 

Be the Meister, Change the world !


결국 후자를 택했다. 무료앱으로 론칭한 것도, 앱 개발의 초기부터 특허 출원이 가능했지만 이를 실행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다. 이 분야에 많은 시장 참여자(순수한 덕후든, 얄팍한 사기꾼이든)들이 함께해 시장이 커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해 올바른 투자의 방법을 익힐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런 상상이 심장을 뛰게 했다. 잠 못 이루게 했다. 지금까지 앱 개발도, 관련된 모든 투자도 사비로 충당하고 있다. 초기에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이기에 어떤 정부 지원금도 요청하지 않았다. 의사 결정에 제한이 될 어떤 펀딩도 받지 않았다. 덕분에 속도를 낼 수 있었고, 이제 본격적인 시작을 앞두고 있다.


모든 것들이 가능했던 이유는 투자교육 및 컨설팅이라는 독점적인 역량과 수익 때문이었다. 그 마저도 오픈하기로 결정했다. 어려운 난이도의 강의와 투자의 디테일은 도움될 리 없고 공개할 이유도 없다. 다만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기본에 대해 공유하기로 했다. 업계에 난립한 수많은 소음들을 걷어내고, 정확한 신호를 전달하고 싶었다. 선량한 투자자가 많아지면 시장은 보다 건전해진다. 투자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시장은 살아있는 유기체다. 자의든 타의든 시장에 참여한 우리는 이 녀석을 건강하게 키워내야 할 몫과 책임이 있다. 그 기본을 알리고 싶었다. 부족한 필력으로 SNS에 관련 글을 올려온 것도, 시간을 쪼개 법인이나 단체가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찾아가서 강의를 해준 것도. 같은 이유였다.


일확천금을 좇는 이는 그만큼의 위험을 짊어진다. 인지하지 못할 뿐. 제대로 된 투자를 익히는 것은 말과 글을 배우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자연스레 은퇴하든, 4차 산업혁명의 여파로 일자리를 잃든. 우리는 모두 현 직업을 잃게 될 것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모두 전업 투자자의 길을 걷게 된다. 선택이 아닌 필수다. 초등학교 부터 노동법을 가르친다는 유럽의 선진국까지는 아니더라도, 삶에 꼭 필요한 투자의 언어를 공유하고 싶었다. 공교육의 틈을 메워주고 건전한 피드백과 조언을 담당하는 것이 사교육의 역할이 아닐까. 놀라운 칸 아카데미 Khan academy처럼 단지  지인들 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가 무료 강의와 무료 앱을 통해 투자의 기초를 배워나가기 바란다. 그들 또한 지인들에게 공유해주기 바란다.


Meister Holdings의 가치관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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