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우주가 되어 준 남편

그리그 <트롤드하우겐의 결혼식 날>

by 일신우일신

남편과 함께한 결혼생활이 어느새 내 인생의 절반을 차지한다. 누군가 먼저 가는 그날까지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같이하겠지. 나는 결혼생활이 항상 웃음만 있는 꽃길도, 괴롭기만 한 가시밭길도 아니었다. 되새겨 보면 안 좋은 일, 좋은 일이 섞여 있겠지만 추억은 미화된다는 말이 있듯이 내 기억도 어느 정도 미화됐으리라.

서로 다른 모난 돌이 부딪치면서 생채기도 생기고, 불꽃도 튀고, 깎이고 닳고 튕겨 나가기도 했다. 무뎌지고 둥글어져서 나의 볼록한 부분이 남편의 오목한 부분을 채우고 남편의 볼록한 부분은 나의 오목한 부분을 채워가며 하나의 입체 퍼즐이 되어가고 있다.

덜 찬 부분을 남편은 넘치는 사랑으로 채워주었다. 어머니가 화내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조부모님도 계신 화목한 집안에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남자라서 참 다행이었다. 사랑이 뭔지 제대로 몰랐던 나에게 사랑의 의미를 조금씩 알게 해 주었다. 내가 아픈 것보다 내 아픔 때문에 더 아플 사람을 먼저 걱정하는 마음을 이해하게 해줬다.

달라도 너무 다른 정서를 가진 두 사람이 만났으니 다툼도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 단어를 둘이 전혀 다른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 후로는 서로가 한 말에 관해 한 번 더 질문, 확인하면서 맞춰가기 시작했다. 깊숙이 가라앉아 자신도 몰랐던 상처를 서로 또 모르고 들춰내 아프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씩 이해하고 위로를 주고받으며 마음과 정신은 더 단단해졌다. 정서도 서서히 닮아가고 불안정했던 부분은 안정되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갔다.

부부는 서로에게 새로운 소우주가 되어주었다.

새로 생긴 소우주 속에서 마음이 한창 성숙해졌고 지금도 배우고 깨달으면서 자라고 있다.

부부 사이가 좋았던 작곡가 하면 가장 먼저 에드바르드 그리그가 떠오른다.

그리그가 만드는 결혼식 날 곡은 분위기가 어떨까?

*에드바르드 그리그 서정 소곡집 제8집 op. 65 no. 6 ‘트롤드하우겐의 결혼식 날’

Edvard Grieg (1843 - 1907) Lyric Pieces (6) Book 8 Op. 65 no 6 Wedding day at Troldhaugen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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