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 관한 기억
생각은 복잡하고 쓰기는 막막하니 답답한 마음에 푸념을 늘어놓는다.
“글을 쓰면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나 마음이 좀 정리될 줄 알았는데 글이 안 써지네.
글은 마음과 생각이 정리되어야 써지는 건가?”
“당신, 종종 장인어른에 대한 좋은 이야기 많이 하는데.”
“예를 들면?”
“음, 밥상머리 교육이라던가.”
“밥 먹다가 추운데 국 데우러 나가고, 명절 끝에 매번 혼자 남아 아버지 밥상 차린 생각이 나서 단전부터 울화가 화아악 올라오는데! 무슨.”
“...”
내 언성이 살짝 높아졌는지 남편은 입을 다문다.
“만약 기억이 열 개가 있다고 쳐. 그중에 두 개가 좋은 기억이고 여덟 개가 나쁜 기억이라면,
좋은 것 두 개를 찾자고 나쁜 것 여덟 개를 들추고, 마주해야 하는데 꺼내고 싶을까?
그래서 안 되나 봐”
혹여 좋은 기억이 여덟 개 있더라도 나쁜 기억 두 개가 단단하게 감싸고 있다면 좋은 기억을 꺼내기 어렵다. 그냥 통째로 두는 것이 가장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냥 둔 채로 살아간다면 지금은 편하지만 일상에서 툭툭 눈물이 나고, 갑자기 울화가 올라오는 상황은 계속될 것이다.
삶은 달걀이든 날 것이든 딱딱한 껍데기를 깨면 물렁물렁한 흰자가 있고 부드러운 노른자가 있다. 하지만 단단한 껍질만 보고 속을 보지 못 한다.
혹여 깨질까 지레 겁을 먹고 쉽게 깨지 못한다.
앞에서 뭔가 날아오면 눈이 감기는 몸의 무의식적 반응처럼
마음도 뭐가 날아들어 오려고 하면 꽉 여민다. 마음이 몸보다 더 빨리 더 철저하게 막는다.
쉽게 글로 쓰지 못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나를 달래며
좋은 것이든 싫은 것이든 기억을 천천히 꺼내 보기로 했다.
아버지에 관한 내 생각과 인식이 바뀌고 마음이 편안해지길 바라본다.
하지만 뭐가 겁이 나는지 자꾸 다짐만 한다.
그래도 내가 알아채지 못했지만 마음은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갔으리라.
꾸준히 오늘도 해 보는 거다.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