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형제(兄)

아버지의 형제

by 일신우일신

아버지는 십사 남매 중 열두 번째로 여동생이 둘 있는, 아들 중 막내였다.
집성촌은 아니었지만 한 동네에 아버지의 형제 다섯, 고모, 당숙, 일가 아저씨까지 모여 살았다. 같은 리(里)의 1구, 3구에 모여 살았다. 경사진 길을 따라 집이 쭉 늘어져 있는 동네였는데 중간에 관개수로가 구의 경계선 역할을 했다. 1구, 3구가 나뉘는 경계에 일가의 집이 모여 있으니 행정 구역으로만 두 개의 구일뿐, 거리로는 한 동네였다.

우리 집에서 가자면 조그만 고개를 넘어 제일 높은 지대에 첫째 큰 집이 있다.
오 형제의 집이 첫째, 다섯째, 셋째, 둘째, 넷째 순서로 위에서 아래로 있었다.
오 형제 집 사이에 이리저리 퍼져 당숙 둘, 고모 둘, 아저씨 서너 분의 집이 있었다.
큰아버지 네 분이 촌수는 삼촌이지만 나이 차이로 보면 나에게는 할아버지뻘이었다. 막내아들의 막내딸이다 보니 첫째 큰아버지와 육십갑자 나이 차이가 날 정도다.

아주 오래 지났지만 생생하게 기억하는 아버지 사형제의 모습이 있다.
어느 해 설날, 큰댁에서 차례를 지내고 내려오다가 두 번째에 있는 우리 집으로 사형제가 들어오셨다.
사랑방으로 간단한 다과, 안주를 준비한 술상이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넷이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를 한참 나누셨다.
식사 준비를 하느라 부엌에서 엄마, 언니들이 부산할 때쯤 갑자기 둘째, 셋째, 넷째 큰아버지 세 분이 조심조심 나오신다.

“어, 진지 준비하고 있는데 가시게요?”
“니 아버지 잔다.”

아버지는 새벽부터 차례 지내고, 음복하고 걸어서 왔다 갔다가 하니 고단했던 모양이다. 약주를 많이 마시는 체질도 아니었다. 형들과 간단히 술을 마시고, 이야기하다가 졸음에 겨워 등받이 베개에 기대 스르륵 잠이 든 모양이다.
막내아우 깰까 봐 머리가 하얀 형, 세 분이 조용히 문을 닫고 나오신 거다.
두루마기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우리 간다.” 하면 대문을 나가셨다.
남은 이야기가 있었다면 다음 순서인 셋째 큰아버지 댁으로 들어가셨을 것이다.
그 뒤로는 몇 번이나 우리 집에 들러서 가셨는지 기억은 확실하지 않다.

오 형제는 한 동네에서 아무런 잡음 없이 우애 좋게 지내셨다.
부지런하신 셋째 큰아버지가 종종 “막내 걔는 게을러서 원!”이라고 아버지 말씀을 하셨지만 크게 나무라신 적이 없었다. 신혼여행을 하고 온 후 친정에 왔을 때는 셋째 큰아버지만 동네에 계셨다. 첫째, 둘째 큰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넷째 큰아버지는 사촌오빠를 따라 도시로 이사했다. 셋째 큰댁에 인사하러 갔을 때 큰아버지가 “ 막내 ㅇㅇ이는 나에 비하면 한참 애여!”라고 말해 남편이 퍽 오랫동안 그 말을 따라 하며 웃었다.

우애 좋게 지낸 오 형제의 자손들은 형제는 물론이거니와 사촌끼리도 애경사를 살뜰히 챙기며 사이좋게 지냈다. 형제분들이 우애를 입 밖으로 내어 특별히 강조하지 않았지만 ‘부모의 뒤통수 보고 배운다.’라는 말이 여실히 증명되는 일가친척이다. 지금은 사촌 형제가 그때의 아버지 형제들보다 나이가 더 많다. 이럴 때 격세지감을 이야기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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