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억
기억의 한 조각이 떠오르면서 가슴이 뻐근해진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어딘가에 머리를 부딪쳐 놀라듯 불현듯 올라오는 기억에 마음이 휘둘린다.
별다른 감정이 없었는데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에고 어쩌나, 어찌해야 하나? 아직도 이러네.
-여보, 나 힘들어.
-그냥 지난 일이다, 일장춘몽이다, 악몽을 꿨다 하고 생각하면 안 되나?
-에고야 이게 일장춘몽이란 말이랑 맞아? 트라우마가 더 적절하지 않을까?
내가 풍수지탄이란 말로 내 감정을 표현한 것보다 더 안 맞아떨어져.
-이 와중에도 지적질하시는 임여사.
당신이 항상 말하잖아. 모두가 옳다고.
그리고 그냥 나쁜 것은 나쁘다고 해. 꼭 좋아야 해?
-누가 다 좋아야 한다고 그랬어?
아버지가 그때는 몰라서 그랬고, 자신이 더 중요하니 그랬고, 자기 나름의 최선을 다하며 살았지.
올바르게 키워 줬으니 감사하지.
지금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마음은 아직도 감당이 안 되는 게지.
머리로 이해하고 말할 때는 나도 차분해져.
그런데 갑자기 울컥하는 것은 내 의지로 아직 안되네.
내 속에 "그래도 그렇지!"가 아직도 많이 남았나 봐.
그래, 나쁜 건 나쁜 거다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지만 나쁜 어른은 있었다.
어리석든, 몰라서든 자기 욕심 때문에, 욕망 때문에 어린아이 마음을 챙기지 않았고
자라는 환경을 신경 쓰지 않았으니 말이다.
어른은 자기 의지로 했든 무의식으로 했든 행동에 책임이 있다.
마음이 성숙하지 않고 이해력도 없는 어린아이는 그저 상처를 받고, 그 상처는 평생 가슴에 남아 삶을 휘젓는다.
좋은 것만 찾거나 좋았다고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나빴던 것도 드러내서 인정하고 받아들여하는데 내면이 아직 덜 성숙한 탓에 속이 아프다.
살짝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하다.
어린 백셩인지라 아직도 원망하는 마음이 있다.
그냥 덮어 놓고 살면 괜찮을 텐데 굳이 들춰서 마음고생을 사서 하는지 되묻게 된다.
하지만 내 마음에 평안을 얻으려면 원망과 서운함을 이해와 감사로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울컥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계속 느껴야 할테니 말이다.
시간과 연습이 필요하다.
몸에 밴 버릇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고치고자 한다고 하루아침에 고쳐지지 않는다.
깨달았다고 금방 마음의 습성이 변하지 않는다. 마음은 더 오랜 시간과 많은 반복이 필요하다.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마음이란 원래 '촉새 물레방귀 뒷 궁둥이 흔들리듯 한다.'라고 했다.
마음은 원래 흔들린다는 것을 알고, 내 마음이 흔들렸다는 것을 알아채면 된다고 하지만
왔다 갔다 하는 마음이 퍽 민망하고 낯 간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