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술
아버지는 반주(飯酒)를 한두 잔 즐겨 마셨다.
소주, 맥주, 선물로 들어온 술, 과실주, 청주 등 술의 종류는 가리지 않았다.
집에서 술을 담그기도 했다.
누룩을 직접 띄우고, 고두밥을 지어 누룩과 버무려 항아리에 담그는 술, 가양주.
누룩과 밥을 버무리기 전에 따뜻한 고두밥을 집어 먹는 맛이 아주 좋았는데
언제나 그럴 틈을 넉넉히 주지 않고 펼쳐 놓은 밥에 누룩가루를 부어 버렸다.
창고처럼 사용하는 방에 둔 항아리 속의 술이 익으면 용수를 받쳐 걸렀다.
특별한 찌개나 고기 요리가 밥상에 올라오는 날이면 세잔까지 마시기도 했다.
명절이나 생일, 제사에 자식들이 모여 같이 식사라도 하는 날은 조금 과음했지만 이내 등 쿠션에 기대어 졸고 있거나 다른 방으로 건너가서 누웠다.
중학교 때였을까 어쩔까 가물가물한 기억이 있다.
아버지가 어느 날 늦게 집에 돌아왔을 때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고 생각했다. 씻으러 갈 때 약간 휘청해서 옆에서 잡아 준 기억이 있다. 하지만 양치하고 이내 방으로 들어가 코를 골았다.
그 이상 술을 마시고 휘청이는 아버지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분명 과음하고 부대낀 적이 있었을 텐데 보질 못했다.
술을 좋아하지만 간과 신장이 약해서 많이 마실 수 없는 몸을 가지고 있기에 절제를 잘했다.
아버지는 건강을 위해 금연, 소식(小食), 규칙적인 식사, 절주(節酒)를 철저히 지켰다.
지금 내가 절주와 소식(小食)을 해 보려니, 아버지 의지가 참 강했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 또한 술은 즐기지만 아쉽게도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식사 준비하는 나를 옆에서 보던 남편은 "반찬이 아니라 안주야, 안주!"라는 말을 자주 한다.
맛 좋은 찌개, 요리를 먹으며 한두 잔 마시는 술이 정말 좋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식사 시간이 더 행복해진다. 반주를 즐기지만 그것조차 가끔 마셔야 한다.
술을 좋아하는 취향도 술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몸도 그대로 물려받았다.
아버지를 퍽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참 많이도 닮았다. 유전자의 힘은 세다.
다른 게 있다면 난 술을 가려 마신다. 맛있는 술을 좋아하는데 내 입맛에 맞는 술은 대부분 비싸다. 비싼 술을 좋아한다고 해야 할까?
어떤 술이든 기분 좋게 마시던 아버지와 달리 난 맛 좋은 술을 마셔야 좋다.
오늘은 아버지이야기를 안주 삼아 맛좋은 술한잔 마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