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모방범] 범죄자 가족의 고통과 사회적 낙인

by 위드메모


넷플릭스 [소년의 시간] 을 보고 나니 미야베 미유키 소설 [모방범] 이 생각났다.

두 작품 모두 사회와 개인의 갈등, 특히 인간 심리의 복잡성을 탐구하고 있다.


영상과 글자라는 두 매체가 전하는 생생함은 생각보다 커서 마치 내 주위에 일어난 일이고, 내가 그 상황 속에 들어가 있는 착각마저 일으킨다.


두 작품이 강조하는 공통점은 바로 범죄자 가족이 겪는 고통과 사회적 낙인 이다.

범죄가 발생했을 때, 그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가족도 극심한 사회적 폭력과 심리적 고립에 시달린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보였다.




1. 소년의 시간 4화 : 가해자 가족의 파괴적인 고통


%EB%8B%A4%EC%9A%B4%EB%A1%9C%EB%93%9C_(1).jpg?type=w773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의 시간 영상 일부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의 시간은 동급생의 살인사건으로 인해 한 소년이 경찰에 잡히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현 영국이 겪고 있는 청소년 문제, 사건 사고들을 기본 배경으로 삼고있다. 10대에게 끼치는 인터넷 매채(SNS)의 영향력과 파급력 그리고 사람 심리에 대해 각 회차에 걸쳐 설명하고 있다.

특히나 인상 깊었던 회차는 주인공 제이미의 모습이 드러난다 생각되는 3회와 사건 그 후의 가해자 가족들의 모습을 담은 4화다.


4화는 가해자(피의자) 가족들이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겪는 고통과 폭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드라마에서 가해자 가족들은 사회적 비난과 낙인을 피할 수 없으며, 그들은 죄가 없음에도 범죄자의 일원으로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범죄자의 가족이란 이유만으로 일상생활이 파괴되고 모든 관계에서 고립된다.

특히, 범죄자 가족은 범죄의 결과로 인해 누구도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지 않고, 그들의 감정은 철저히 배제된 채 일방적인 비난을 받는다.


가해자 부모와 누나는 평범한 일상을 누리며 살았던 사람으로서 자신의 자식, 동생이 그런 끔찍한 행동을 했다는 사실에 여전히 괴로워 한다.


" 우리가 잘못 키웠나. "


" 하지만 그 애가 밤마다 방에서 무얼하는지 우린 알 수 없었어. "


리는 대사들,


" 우리가 여길 떠나면 잠시 괜찮겠지만, 사실을 알게 되면 더 괴로울거야. 그러니 난 안떠나."


라는 말로 부모에게 용기를 주는 주인공 누나.


" 어떻게 저란 딸이 나왔지? "


" 우리가 제이미 낳았던 방식으로 "


특히 마지막 대사가 인상 깊었다.

같은 부모 아래, 같은 방식으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의 차이에 따라 삶이 전혀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범죄자의 범죄가 가족의 폭력이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이 아니라 결국 스스로의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가해자의 가족 또한 또 다른 형태의 피해자임을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2. 모방범 : 공범으로 몰린 가해자 가족의 시선





32383484178.1.jpg 예스21/모방범 세트/저자 미야베 미유키/출판 문학동네/ 발매2012.03.09.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모방범은 연쇄 납치 살인사건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범죄자의 신상도 빠르게 공개되며 왜 범죄가 이루어 졌는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지 그리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지인, 가족들에 대해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600쪽이 넘는 분량으로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사회의 공포 심리, 가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날카롭게 묘사한다.

무고한 사람까지 의심받고 가해자의 가족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모습이 강조되는 대목에서 드라마 소년의 시간과 비슷하단 생각을 갖게 됐다.


특히나 인상 깊었던 건, 주인공의 여동생(서브 주인공)의 심리적 변화였다.


맨 처음 그녀는 범죄자 가족이 쓴 글을 보고 범죄자 가족이면 범죄자와 같은 사람이 아닌가 라는 단순한 사고를 하다 정작 본인의 오빠가 연쇄 납치 살인범으로 지목되자 자신이 겪는 고통이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신의 오빠가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보도가 나온 후, 이웃, 친구, 직장 동료들의 태도가 급격히 달라지고 누군가 직접적으로 비난하지 않아도 침묵과 회피가 자신에 대한, 사회적 배제 방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학교나 직장 등 평범한 일상이 지속 불가능해지고 가해자가 아님에도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삶의 기반이 무너지는 모습이 생생히 묘사된다.



여동생은 자신의 가족이 겪는 고통과 고립을 설명하며 가해자 가족이 겪는 어려움, 내면적인 고통과 사회적 비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나타내며 범죄자가 단지 범인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그 가족까지도 고통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마치, **“가해자는 선택했지만, 가족은 선택받지 않았다”**는 모순 속에서, 가해자 가족 또한 사회적 피해자임을 말없이 증언하고 있다.



3. 사회적 인식의 부재와 가해자 가족에 대한 공감 부족

두 작품을 통해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점은, 사회적 인식의 부족이었다.

범죄가 발생했을 때 가해자 가족에 대한 사회적 공감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는 사실과 가해자 가족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연대로 간주 되며 그들의 고통은 무시되거나 최소화 된다.


범죄자의 정신적 배경이나, 가족 환경(예: 가정 내 폭력, 방임 등)에 대해 이야기하면, 마치 범죄에 대한 "변명" 이나 "서사"를 부여하는 행위로 받아들이는 반응이 많다.

사람들이 가해자의 심리적 배경이나 가정 환경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범죄에 대한 변명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력과 범죄를 일으킨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는 가해자의 심리적 상처나 가정 내 환경에서 비롯된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폭력과 범죄를 정당화 하거나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절대 아니다.

폭력은 폭력이고, 범죄는 범죄이기 때문에 책임을 묻는 것은 분명하고 정당하게 이뤄져야 한다.

다만 가해자의 행위와 그 원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 가해자 가족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는 것이 그들의 책임을 덜어주거나 면책하자는 의미와는 다르다.

이 두가지를 혼동하지 않고 균형 잡힌 시선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사회적 인식의 문제는 우리가 가해자 가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리고 그들의 고통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범죄 후의 과정에서 누구의 고통도 무시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

현재 사회에서 가해자 가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현실은 분명히 바뀌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드라마 소년의 시간과 소설 모방범은 가해자 가족의 고통을 묘사하며, 그들이 폭력과 범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방식을 탐구한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그들의 고통이 단지 피해자 가족과 대비되는 배경으로 그려지지 않고 인간적인 고통으로서 조명된다는 점이다.





4. 사회적 연대와 공감의 필요성


가해자 가족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 역시

범죄 해결의 일환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두 작품은 강조하고 있다.

그들은 범죄의 책임을 지지 않지만 범죄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고스란히 겪고 있다.


범죄의 단순한 판결이 아닌, 범죄와 그로 인한 모든 관계의 고통을 다루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함을 두 작품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소년의 시간과 모방범을 통해 우리는 가해자 가족에 대한 공감과 사회적 배려의 필요성을 깊이 고민해 볼 수 있다. 범죄와 그 결과를 단지 범죄자에게만 집중하는 시각을 넘어, 사회적 연대와 공감을 바탕으로 범죄 후의 피해자와 가해자 가족 모두가 치유될 수 있는 것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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