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옆 테이블의 손님이 나눈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아빠와 딸, 부녀 사이의 대화였는데 아빠의 말투가 참 사근사근하고 부드러웠다.
아빠는 딸에게,
"돈가스 먹을 거니?"
라고 물었다.
딸의 대답은 듣지 못했지만 나온 음식을 보니 돈가스를 먹겠다 대답한 듯했다.
아빠는 이내 딸에게 말했다.
"아빠가 요즘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고 있어. 책이 아주 얇은데 생각해 볼 내용들이 몇몇 있어. 그 책 너도 읽어봐. 아빠는 지금 영어로 된 책을 읽고 있거든? 그거 다 읽으면 너 줄게."
조금은 낯선 대화였다.
아빠가 딸에게 "먼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으라고 권하는 모습이 무척 신선했다.
그리고 참 부러웠다.
다정하고 생각이 깊은 아빠를 둔 그, 딸이란 사람이 무척 부러웠다.
딸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듯 무심하게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라고 말했지만 아빠가 부드러운 말투로
"물론 지금과 100년 전의 상황은 많이 다르지만, 그래도 여전히 생각해 볼 여지들이 있어."
라는 말로 딸에게 설명하는 아빠의 모습,
그리고 알겠다며 읽어보겠다는 딸의 관심.
그 둘의 대화가 참 아름다웠다.
이내 그 둘은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 자기만의 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은 페미니즘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대표적인 책이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성들이 겪는 차별을 극복하고서라도
배우고 일하고, 자신의 경제를 구축해야 하는 이유를 버지니아 울프는 책을 통해 분명히 말하고 있다.
책에서 보이는 그 시대의 모습은,
대학은 여성이 출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고,
여자는 대학 잔디를 밟으며 걸을 수도,
도서관을 여자 '혼자' 출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대학교 교정을 거닐며 잔디를 밟고 도서관을 출입하려 하지만
관리자에게 잔디를 밟을 수 없다는 말과, 여성은 도서관에 출입할 수 없다는 제지를 당한다.
그 경험을 책에 고스란히 적으면서 여자가 왜 배워야 하며, 일을 해야 하는지,
여성의 배움과 경제력, 독립권에 대해 분명히 말한다.
이 책이 100년 전에 쓰인 책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현시대 여성들의 모습이 보이는 지점들이 있다.
그럴 때면 버지니아 울프가 얼마나 선구적이었는지 놀라면서,
현재 여성 인권이 얼마나 정체되어 있는지 씁쓸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2-3년 전에 읽은 이 책을 올해 읽는다면 나는 변화를 감지할 수 있을까,
'아, 100년 전에는 이랬었구나.'라는 감상을 갖게 될까 아니면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구나.'란 생각을 갖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