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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스 Nov 23. 2023

EP 0. '어떤 커피 좋아하세요?'

[소비자가 바라본 스페셜티 커피]



'어떤 커피 좋아하세요?'



그리고 뒤를 이을 문장은 높은 확률로 다음의 세 문장 중 하나.



'밝고 화사한 커피랑 다크하고 묵직한 커피 중에서 골라주세요'

'저희 커피는 산미가 있는 편이에요'

'이 블랜드가 산미 없는 커피예요'



스페셜티 커피를 판매하는 매장에서 주문할 때 들을 수 있는 환대 문장들이다.




혹자는 말한다. 


이제 대중들에게 '산미 있는 커피'에 대한 인지가 어느 정도 인식되었다고.


프랜차이즈에서도 두 가지 선택권이 있는 카페들이 많아졌다고.


그리고 다들 이제 이런 선택지가 있는 카페를 낯설어하지 않고, 원하는 주문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필자는 그 인지가 대중에게는 그리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산미 있는 커피는 싫어요. 산미 없는 거 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 않으냐고.


그냥 계속 밀어붙였기 때문에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었다고.


아무리 밝은 목소리로 얘기한들, 대중적 포용력이 적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환대였다고.









우선 이 연재를 읽는 독자 분들에게 필자가 꾸준히 작성하게 될 '스페셜티 커피'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려 한다.



국제 스페셜티 커피 협회인 SCA(Specialty Coffee Association)에서 정의하는 스페셜티 커피는 다음과 같다.



“스페셜티 커피는 독특한 속성을 인정받은 커피 또는 커피 경험을 말하며, 이런 속성으로 인해 시장에서 상당한 부가 가치를 가진다.”




하나의 문장으로 소개하기 위해 많은 요소들이 함축되어 있어서 단번에 이해하기는 쉬운 문장은 아니다.




조금만 풀어서 얘기해 보자면, 



"하나의 커피가 독특하다고 생각되는 다양한 요소들이 인정되며 그런 커피를 경험하는 것까지 '스페셜티 커피'라고 말할 수 있고, 시장에서는 이런 독특한 요소를 가진 스페셜티 커피에 높은 가치를 책정한다."



라고 필자는 해석하고 있다.




여기서 필자가 중요하다고 꼽는 키워드는 '독특함, 다양함, 경험'이다.




이 3개의 키워드는 지극히 개인적이며 상대적인 요소들이다.


절대적이지 않으며 이분법적이지도 않다.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고, 나와는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는 포용력도 자연스레 필요하다.


한잔의 커피가 본인에게 즐거움을 주는 요소가 풍부하다면, 스페셜티 커피를 즐긴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커피는 한 잔의 음료다.


소비자가 비용을 지불하고 음용하는 하나의 음료이기 때문에 결국 맛있어야 한다.


맛만 있다면 누구든 쉽게 용인할 수 있고, 개인적인 기준에서 맛이 없다고 느껴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심지어 여러 저가커피 매장들이 등장하며 상대적으로 높아진 스페셜티 커피의 객단가를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맛은 물론이거니와, SCA에서 정의하는 '다른 커피를 마시며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정보와 일반 커머설 커피와는 다른 높은 가치를 가진 요소'까지 제공해야 할 것이다.




근데 이런 다양함을 가진 스페셜티 커피가 소비자에게 제안되는 맛의 기준이 '산미' 하나만 소개되어 왔고 인식되어 있다면, 과연 스페셜티 커피는 제대로 소개된 것일까?







필자는 2022년까지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 다양한 교육을 이수하고 바리스타 및 현장직으로 근무했었고, 지금도 여전히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 프리랜서 및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전보다는 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경험하고 있다.


공급자와 소비자 양 측 모두 경험한 사람의 입장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 큰 간극을 느꼈고, 그 거리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꾸준히 고민해 왔다.



새로운 문화를 소개하려 할 때 이미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인식되어 있는 영역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스페셜티 커피'라는 이름을 빌려서 너무 높은 가치를 가진 커피에만 초점을 두고 있지는 않을까?
혹은 객단가가 비교적 높은 스페셜티 커피를 어떻게든 판매하기 위해 '가성비'에만 집중하고 있지는 않을까?




[소비자가 바라본 스페셜티 커피]라 적고, 


"스페셜티 커피 문화에 익숙한 전문가가 업계에 제안하는 소비자를 위한 소개 방식"


혹은 "제대로 스페셜티 커피 문화를 즐기려는 입문자를 위한 길라잡이"로 읽어주었으면 하는 연재.




이 연재를 통해 스페셜티 커피를 바라보며 느꼈던 다양한 고민들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하나하나 풀어보려 한다.



시작하기 앞서 여러분에게 물어보고 싶다.




'어떤 커피 좋아하세요?'





- EP 0 END.







*[소비자가 바라본 스페셜티 커피]는 매주 목요일 오후 8시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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