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밀라노 거리를 걸으며
처음에는 어색하기만 했던 밀라노 지하철도 몇 번 타니 조금씩 익숙해졌다. 노선은 네 개이고 구간의 역들도 많지 않으니 서울보다는 덜 복잡한 편이다. 2호선은 초록색이고 5호선은 보라색으로 우리나라 지하철 노선 색상과 같아서 친근감이 들었다. 역 이름도 생소해 방향도 헷갈리지만 최종 역을 유심히 보고타면 구별이 되었다.
가리발디 역에서 내려 아울렌티 광장으로 갔다. 현대식 고층건물들이 많고 분수가 설치된 원형광장이 있었다. 벽면이 나무로 둘러싸인 건물이 있어 신기했는데 '숲 아파트'로 유명한 Bosco Verticale 였다.
2. 밀리노를 떠나며
피렌체가 옛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면 밀라노는 보다 현대적인 느낌이 들었다. 피렌체에서는 주로 걸어 다니며 관광을 했지만 밀라노에서는 전철을 이용하기도 했다.
밀라노의 숙소는 아파트 형태였다. 그동안 묵었던 곳보다 일반 집 형태에 가까워서 편했다. 거실과 주방이 있고 공간도 넓어서 쾌적했다.
혜진 아빠 엄마와는 따로 행동하다 저녁을 함께 먹었다.
피렌체에서 중앙시장의 2층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한 적이 있다. 푸드코트 형식으로 여러 점포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주문해 가져다 먹는 식이었다. 혜진 아빠와 엄마가 먼저 가봤는데 스테이크가 가성비가 좋다고 했다. 넷아 식사한 날은 스테이크를 먹지는 않았다. 앞 테이블을 보니 서양인 노부부가 마주 보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앞에는 엄청 큰 티본 스테이크가, 할머니 앞에는 자그마한 샐러드 한 접시가 놓여져 있었다. 눈길이 가서 쳐다보게 됐는데 할머니는 스테이크를 한 점도 안 드시고 우아하게 야채만 드셨다.
‘나누어 먹을 만도 한데’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서로 덜어 주어가며 먹을 것 같았는데 자기 접시에만 충실한 게 인상적이었다. 다음 날 낮에, 남편과 둘이 오면 스테이크를 시켜서 나누어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피렌체에서 중앙 시장에 다시 못 가보고 떠났다. 가성비 좋다는 스테이크에 대한 미련이 있어서 밀라노에서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레스토랑은 정해진 시간에 문을 열어서 미리 가더라도 밖에서 기다렸다 들어 가야했다. 종업원들도 친절했고 가격과 맛 다 괜찮았다.
우리 부부는 낮에 주로 한식당을 찾아다녔고 못 찾으면 일식당이나 중식당이라도 가려고 하는 편이었다. 혜진 아빠 엄마는 현지식이 잘 맞는 것 같았다. 굳이 한식당을 찾아다니지는 않는다고 했다. 저녁에 식사할 때는 낮에 있었던 일이나 쇼핑했던 물건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혜진 아빠와 엄마는 구두와 가방 등 가죽제품과 옷을 샀다고 했다. 우리는 주로 미술관과 박물관을 가서 쇼핑을 별로 못했다.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기도 했다. 하지만 밀라노에 와서 가방 하나 못 사가는 건 서운 한 것 같았다.
밀라노에서 파리행 비행기를 타는 공항의 면세점을 둘러보다 적당한 가격의 가방을 발견했다. 유명한 브랜드는 아니었지만 십만 원 정도인데 가죽도 색상도 괜찮아서 구입했다. 남편 것도 찾아보다 십만 원 정도의 적당한 가방을 발견했다. 그동안 사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선뜻 내키지 않았었는데 물건도 갑자기 인연이 되면 쉽게 다가오나 보았다.
둘 다 밀라노에서 가방을 하나씩 기념으로 사고 파리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