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행은 유람선을 타기 위해 다함께 걸어서 세느 강변 쪽으로 갔다. 날씨는 파리 공항에 도착했을 때 비가 온 흔적이 있고 흐렸었다. 여전히 흐린 상태였지만 세느 강변의 노을은 운치가 있었다.
유람선을 타고 세느 강을 따라 가며 건물 이름이 적혀진 설명지를 보면서 주변을 바라봤다. 우리나라 관광객이 많이 와서인지 한글로 된 안내서가 있어서 편했다. 들리고 싶은 오르세 미술관도 보였다. 예전에 인상 깊게 봤던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이 떠오르는 퐁네프 다리도 보여서 반가웠다.
유람선을 타고 가는 코스는 영화 ‘비포 선셋’에서 그대로 나오기 때문에 친숙하게 다가왔다.
에단 호크가 주인공이었던 풋풋했던 영화 ‘비포 선라이즈’후속편이었던 영화는 두 남녀가 파리에서 재회하는 내용이다. 기차에서 우연히 만났던 미국 남자 제시와 프랑스 여자 셀리느는 다시 만나기로 했지만 약속은 어긋났었다. 그들의 짧은 만남을 소재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남자가 파리로 온다.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에서 출간설명회를 하는 제시를 찾아온 셀리느. 9년 만에 그들은 파리를 걷고 유람선을 타며 끝없이 대화를 이어나간다. 밋밋한 듯 하면서도 잔잔하게 감정을 이입시켜주던 영화. 그들은 시간의 흐름과 인연을 생각했을 것이다.
두 주인공이 타고 갔던 코스를 따라 유람선에서 세느 강 주변을 바라보며 파리를 천천히 느꼈다.
25년 전에 초등학생 딸과 왔던 파리를 밤에 배를 타고 둘러보니 내 자신의 시간과 관련된 이런 저런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