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행복해"
그렇게 대단하지 않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금요일 저녁에 생맥주 첫 잔을 마실 때도, 좋아하는 아이돌이 복귀했을 때도, 다 연출된 결혼반지 사진을 볼 때도 여자 친구는 행복하다는 말을 참 잘한다. 그 말을 들을 때면 뭐가 그렇게 행복한 건지 신기하면서도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행복했다고 자신 있게 단언할만한 순간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 인생이 불행했던 건 아니다. 적당히 좋은 일도 있었고 안 좋은 일도 있었지만 '행복'은 왠지 엄청 높은 곳에 있는 감정 같다. 눈물이 나게 좋아야 행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느낌. 수없이 많은 미디어에서 작은 것에서부터 성취감과 행복을 느끼세요!라는 말은 많이 봤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면 세상에 우울할 사람은 하나도 없겠지.
가끔 내가 이해 못 할 일로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며 신기해하고는 했다. 저 사람은 저게 뭐가 그렇게 좋을까 하며 신기해하는 과정에서 난 조금씩 감정의 기본값이 '조금 우울'로 세팅된 사람이 된 것 같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그럼 그렇지 하고, 좋은 일이 가끔 생겨도 좋은 일 자체를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그런 사람 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조금은 냉소적인 차분함이 어른이 되어가는, 철이 들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성숙한 생각을 가지고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으레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그렇지만 행복 금수저들에 대한 인식이 '신기한' 감정이 '부러운' 감정으로 바뀐 것을 인식하고 나니, 뭐 하나 좋아하는 게 없는 내가 불쌍했다.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친구부터 심지어 주말이면 혼자 자전거를 탄다는 부장님까지도 다 퇴근 후가, 주말이 기다려지는 것들이 있는데. 주변의 눈치나 영향이 전혀 없는, 온전히 나만의 쾌락을 위한 것을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