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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잠 Mar 10. 2022

결혼(준비)에 대한 기록 2

2. 준비 순서 정하기

    지난주 경주에 있는 우리 가족까지 무사히 인사드리고 나니 양가에 이제야 약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최소한 우리 부모님이나 여자 친구 부모님이 저딴 놈이 내 딸을 혹은 내 아들을? 하지는 않으셨으니. 오히려 민감한 질문이나 요청이 없어서 너무 평화롭다 보니 그냥 이렇게 결혼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지만 괜히 먼저 간 친구들이 그렇게 결혼 준비를 하며 급격히 늙어가는 것이 아니었고, 양가에 인사드리는 것은 자소서는 커녕 채용공고 확인하는 수준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선은 이제 뭐부터 준비해야 할지 순서조차 가늠하기 어려웠다. 상견례를 먼저 하나? 집을 먼저 알아보나? 식장을 먼저 잡나? 박람회가 시작인가? 골치가 아파오기 시작해 쉬운 것부터 하려고 하나씩 검색해보니 뭣 하나 간단한 것이 없어서 어이가 없었다. 대체 다들 어떻게 결혼을 한 거지..?


    다행히 여자 친구와 나는 둘 다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는 성격이라 명확한 취향을 가지고 이건 무조건 해야 해! 하는 것은 없었다. 대략적인 식 날짜를 생각해보고, 살게 될 지역 정도만 정하고 무엇부터 해나갈지 순서를 정했다. 고맙게도 얼마 전에 결혼 한 형, 고등학교 친구들이 있어 정말 중요한 것들은 상견례 전에 모두 결정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상견례에서 양가 부모님의 조언을 구할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고 맛있는 거나 먹으면서 하하호호하고 오라는 뜻이었다. 그리하여 우리의 결혼 준비 순서는 "결혼 식장 -> 스드메 -> 상견례 -> 신혼집"으로 정했다. 신혼집도 아예 먼저 계약을 해버리는 것이 좋으려나.


    처음 만난 난관은 '결혼일'이었다. 우린 어차피 할 결혼, 빠르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올해 10 ~ 11월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들 너무 빠르다, 이미 웬만한 식장은 다 예약이 찼을 것이다 하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슬쩍 업계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일요일 식은 자리가 꽤 있을뿐더러 일요일에 하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합리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 일요일에 결혼을 하면 안 되지?'였다. 생각보다 답은 빠르게 찾을 수 있었다. 여자 친구네 어머님이 일요일엔 교회에 가야 하니 일요일엔 절대 안 된다는 말씀이었다. 역시, 현상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렇지만, 하나님도 이 정도는 용서해 주시지 않을까..? 아니해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 요?


    토요일이라면 정말 올해 자리는 없을 가능성도 꽤 높아 보이는데, 교회 때문에 일요일에 못해서 아직 2022년 3월인데 결혼을 다짐하고도 식을 2023년에 올려야 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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