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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잠 Feb 25. 2019

ㅌㅅ후 제주도의 한 달 #4

4일 차 - 아무것도 하지 않은 3일 차에 대한 만회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햇살을 받으며 이른 아침에 일어났다.

 나름대로 의미 있게 보낸 어제였지만 서도, 오늘은 여자 친구에게 제주도를 최대한 많이 보여주기 위해 북동쪽의 월정리부터 시작해서 서쪽의 신창리 풍차 해안도로를 거쳐 북부 내륙에 위치한 제주관광대학교까지 거의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코스를 계획했다.


오늘은 방문하고, 먹고, 한 것이 아주 많아서 각각의 장소에 주관적인 평점을 매겨보았다.


지금까지 방문했던 함덕 해변이 아닌 반대로 출발하여, 월정리 해변에 도착했다.

찾아가려고 예정했던 곳은 아니지만, 가는 길에 월정리 해변 또한 매우 아름다워서, 해변가 바로 옆에 있는 "콧수염 카페"를 들렸다. 모르고 가다가 우연히 들린 곳이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이미 웹 상에서는 핫한 곳이었다.

'콧수염 카페'를 지키고 있는 귀여운 아이들과 내부, 블랙티와 수제 한라봉 마말레이드가 꿀이다.

계획에 없던 곳이라 잠시 들렸지만, 가격이 상당해서 이왕 들렸다면 조금 여유롭게 있다가는 것을 추천한다.


종합 평점: ★★★★ 


카페를 지나 처음 계획하고 찾아간 곳은 월정리에 있는 전복 리조또가 일품인 '만월당'이었다.

'만월당'의 외부와 내부, 한라봉 에이드와 전복리조또, 올리브 해산물 파스타

'만월당'은 상당히 유명해서 찾아갔는데, 역시나 깔끔한 내외부 인테리어가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이 곳의 시그니처는 사진 왼쪽에 보이는 전복 리조또다. 안 마실 수 없는 한라봉 에이드와 오늘의 메뉴였던 올리브 해산물 파스타를 주문했다. 올리브 해산물 파스타는 딱새우를 올려두어 전복 리조또에 밀리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시그니처를 이기기엔 역부족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맛을 자랑하며 전복 리조또는 빠르게 비워졌다.

 더불어 월정리에는 지갑을 수도 없이 열게 만드는 아기자기한 소품샵들이 많다. 심지어 그 소품샵들은 '만월당'으로 들어가는 골목에 있기 때문에, 빠듯한 예산으로 방문했다면 주위에 눈을 돌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여자 친구는 이 골목에서 한 번에 50m를 가지 못했다) 

아직 문도 열지 않은 수제초콜릿 가게를 들여보고 있는 여자친구 및 주위 상점들

시간이 부족한 우리는 서둘러 떠났지만, 월정리는 반나절 정도 시간을 들여 천천히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곳이다.

 

종합 평점: ★★★★★




 다음으로는 점심을 위해 부른 배를 꺼뜨리고자 한라산 쪽으로 차를 돌려 '산굼부리'를 찾았다. 옛날에 혼자 왔을 때는 용눈이 오름 등 오름을 위주로 다녔는데, 이번에는 작은 백록담 같은 느낌의 분지, '산굼부리'를 방문했다. 오름과는 다르게 오르막 길이 거의 없다는 점, 아침과는 다르게 구름이 급작스레 많아졌다는 점이 좀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산굼부리는 수많은 억새와 더불어 장관을 자아내고 있었다.


여러 색감으로 촬영해 본 산굼부리, 왼쪽에서 보이듯 제주도 미세먼지가 점령해버린 듯 하다.


'산굼부리'의 정상(이라고 하기엔 다른 곳에 비해 조금 높은 곳)에는 추억의 딱지, 흔들의자 등이 있어 쉬어가기에 적절한 환경이다. 다만 이런 그냥 자연공원 같은 곳에 성인 1인당 6천 원의 입장료를 받는 점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해안가에서 약 30분가량 차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내륙에 위치하기 때문에, 해안 위주로 다닌다면 중간에 집어넣기엔 약간 비효율적인 동선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소 하나만 봤을 때는,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 탁 트인 전망 등 후회할 요소가 하나도 없는 명소다.


종합 평점: ★★★★


 원래 이다음에 점심 겸 가려던 곳은 성산에 위치한 '소다공'이었다. 여기는 제주 유일의 옥돔 파스타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창고 내부를 꾸며 인테리어로도 힙함을 뽐내는 곳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휴무를 맞닥드렸다. 주말에 휴무라니... '소다공'은 간헐적 휴무로 인스타에만 공지를 한다고 하니 꼭 알고 가시길 바란다.


 본의 아니게 점심때를 놓친 우리는 남동쪽에 위치한 '블루마운틴 커피 테마파크'를 방문했다. 사실 여기는 제주도에서 유명하거나 꼭! 가야 해요 하는 곳은 아니지만 여자 친구와 나 모두 커피를 아주 좋아해서 굳이 굳이 찾아간 곳이다.

서울이라면 상상할수 없는 넓이와 편안함. 커피 맛은..음..

오늘은 분명 토요일인데, 관광의 정점일 텐데, 사진에서 보다시피 의외로 한적했다. 무엇보다도 우리 둘 다 기대 가득하던 커피 로스팅 체험도 오늘은 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4군데 중에 2군데에서 배척당한 느낌이었지만, 아쉬운 대로 콜드 비엔나커피와 오늘의 커피라는 드립 커피를 마셨다. 맛은.. 밝히지 않겠다. 보시다시피 한 숨 쉬어가기엔 아주 좋은 곳이라는 것만 말하겠다.


종합 평점: ★★★


 '블루마운틴 커피 테마파크'에서 20~30분가량 (제주도는 운전자의 마음에 따라 걸리는 시간이 천차만별이다.) 운전하면 액티비티의 천국 서귀포시에 도착한다. 그렇지만 이미 시간이 많이 늦어진 우린 여기서 밥만 때우기로 했다. 제주도 2대 김밥인 '오는 정 김밥'과 '김만복 김밥'.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둘 다 먹기로 했다. 

 '오는 정 김밥'은 정말 정말 사람이 많아서, 무조건 전화로 예약을 해서 사장님이 오라는 시간에 딱 도착해서 받아야 한다. 우리는 2시경 전화를 했는데 4시 반에 오라고 해서 4시 25분에 도착했는데 딱 30분에 다시 오라고 하셨다. 전화 또한 한 번에 받으시는 경우는 없으니 인내심을 갖고 미친 듯이 눌러대야 한다. 여기는 딱히 특이한 김밥을 파는 건 아니고 '오는 정 김밥'을 시키면 되는데, 김밥에서는 처음 맛보는 식감을 가지고 있는 재료가 있는데 그게 무엇인지는 도저히 알아낼 수가 없었다. 맛은 있다.

 '김만복 김밥'은 어쩌면 유명하긴 더 유명한 전복 김밥이다. 전복이 아주 두툼하고 제대로 들어가 있긴 한데 한 줄에 6,500원이며, 오징어 초무침을 꼭 같이 먹어야 하는데 이것 또한 따로 구매해야 한다. 다행히도 얘는 그냥 아무 때나 가도 큰 무리 없이 구매 가능한 듯하다. 요즘은 웹에 보면 평이 별로인데 딱히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첫맛은 '김만복 김밥'의 전복에 반하지만, 몇 개쯤 씹다 보면, 먹고 나면 왠지 모르게 '오는 정 김밥'이 생각난다. 그 바삭한 알지 못하는 재료의 중독성이랄까... 딱히 막 더 맛이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어찌 됐던 둘 다 아주 훌륭한 김밥이었다.


'오는 정 김밥' 종합 평점: ★★★

'김만복 김밥' 종합 평점: ★★★




 햇빛이 주황빛으로 진해질 때쯤, 드디어 제주의 서쪽에 위치한 '신창리 풍차 해안도로'에 도착했다. 여기는 재작년 겨울에 제주도에 놀러 왔을 때 우연찮게 발견한 곳으로, 이 어마어마한 풍경과 풍력발전기의 위용에 비해 상당히 잘 안 알려져서 꿀 장소로 찜해두었던 곳이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나름 유명해져서 관광지도에도 실려있지만, 제주도에는 곳곳에 풍력발전기가 있어서 그런지 아직도 방문객이 많지는 않았다.


제주도의 어느 풍력발전소를 가도 여기만큼 가까이서, 질서정연하게 설치된 풍차들을 볼 수 없다.

 사실은 노을을 배경으로 하여 인생 사진 하나 건져보려는 속셈이었는데, 산굼부리에 있을 때부터 급격히 많아진 구름들은 더욱 많아져서 해가 어디 있는지 조차 모를 지경이었다. 그리하여 안타깝지만 어제 찍은 비 오는 제주도와 같은 비장한 색감만 건졌다. 노을이 제대로만 보였다면 하는 아쉬움을 지우기 힘들었다.


종합 평점: ★★★

오늘의 평점: ★★★




 사실 애초에 오늘 계획은 처음부터 무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오늘의 최종 목적지로 향했다. 여기는 관광지는 아니고, 숙소를 잡으면서 같이 예약했던 'Bunker'라는 방탈출이었다. 제주도까지 와서 무슨 방탈출이냐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서울과는 다르게 여기는 시간제한이 없다는 말에 솔깃하여 오늘의 마무리로 결정했다. 이 곳의 특징이 너무 많아서, 정리하자면 

 1. 정말 시간제한이 없다. 여자 친구, 그리고 부산에서 온 다른 일행 2명 총 4명이서 3시간 2분 만에 탈출했다.

 2. 힌트 제한도 없다. 17개의 힌트를 받았다.

 3. 스케일이 미쳤다. 가도 가도 끝이 없고 인테리어의 현장감이 압도적이다.

 4. 힌트 하나하나에 들인 센스가 기가 막히다. 처음에 보면 전혀 모르겠고, 풀고 나면 매우 뿌듯하다.

 5. 전체적인 스토리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같이 한 부산 일행들은 부산에도 이만큼 재밌는 방탈출이 있다고 했지만, 서울에서 만 해봤던 나로서는 정말 그냥 몇십 배는 훨씬 더 재밌게 했다. 방탈출인 만큼 많은 정보는 제공할 수 없지만, 혹시 방탈출을 좋아한다면 꼭! 해보길 추천한다.


종합 평점: ★★★


 제주도에 온 지 4일, 지난 3일은 제주도에서 살기 위한 마음의 준비 기간이었다면, 오늘은 본격적으로 제주를 즐겨본 하루였다. 이제 그래도 어디 가서 제주도 한 달 살았다 그러면 받을 질문에 어느 정도는 답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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