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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그늘 Dec 05. 2016

억지로 쓴 시

시라고 하는 과분한 글을 쓴다.

함축이며, 운율이며, 상징이며

어느 하나 내게 무겁지 않은 것이 없다.


가벼이 써내려갈수록

단 한 마디를 적기 위해

며칠을 보냈을 옛 그들에게 부끄럽다.


채워지는 배경에

구분되는 글자들은

자신들의 가치를 알까.


전하고픈 말도 없다.

아무런 생각도 없다.

책상에 앉아 과분한 일을 한다.


억지로 시를 쓴다.

부끄럽지 않기 위해 부끄러운 일을 한다.

더 이상 과분하지 않게 하려고 과분한 일을 한다.


모두를 채운, 억지로 쓴 이 시는

아무런 의미도, 아무런 생각도 담겨있지 않다.

여전히 부끄럽지만, 분명히 가치 있는 그런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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