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고 하는 과분한 글을 쓴다.
함축이며, 운율이며, 상징이며
어느 하나 내게 무겁지 않은 것이 없다.
가벼이 써내려갈수록
단 한 마디를 적기 위해
며칠을 보냈을 옛 그들에게 부끄럽다.
채워지는 배경에
구분되는 글자들은
자신들의 가치를 알까.
전하고픈 말도 없다.
아무런 생각도 없다.
책상에 앉아 과분한 일을 한다.
억지로 시를 쓴다.
부끄럽지 않기 위해 부끄러운 일을 한다.
더 이상 과분하지 않게 하려고 과분한 일을 한다.
모두를 채운, 억지로 쓴 이 시는
아무런 의미도, 아무런 생각도 담겨있지 않다.
여전히 부끄럽지만, 분명히 가치 있는 그런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