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희철 Oct 22. 2023

<입동(立冬) 즈음에/최희철>

31

<입동(立冬즈음에>

   

TV에서 리포터가

울산에 까마귀 떼가 극성이라고 한다.

흉조라는 멘트를 비웃기라도 하듯

하늘을 뒤덮는 울음소리가 

신 새벽 틈 사이로 쏟아지는 게

그야말로 장관인데,

흑색물감처럼 번지는 군무(群舞),

 날개에 부딪혀 깨어지는 

회색 빛 겨울 메신저,

얼음처럼 쨍하고 소리치며

세상을 깨운다.

  

할인 마트 빅 세일에 닭 배달 갔다가

해운대 여고 앞에서 또 한 번 놀랐다.

한 떼의 까마귀가 

이곳저곳 상점으로

쏟아져 나오거나 들어가고

혹은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서로 재잘 거리며 

교통의 흐름을 막고

허연 입김으로 

아침의 싱싱함을 보여 주는데,

푸드득거리는 날개 짓에 

나의 냉동 탑 차도 멈춰 서서

마술에 사로잡힌 것 같은데,

벌써 입동(立冬)인가.

동복(冬服)을 입은 그녀들의

무질서가 오히려 상쾌하다.     

작가의 이전글 <동물의 세계/최희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