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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철 Oct 23. 2023

<동물의 왕국/최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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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왕국>  

   

사자가 

얼룩말을 쫓고,

물소를 쫓는다.

그 뒤로 카메라의 렌즈가 쫓는다.

  

시원한 바람이 한 줄기 불어오면

사바나엔 건기가 끝나고 우기가 온다.

떨어지는 빗방울,

살아 있는 것들의 귀가 

푸드득 푸드득 흙먼지를 털어낸다.

선한 자들의 큰 눈망울처럼 

내일을 향한 수관(水管)이 열린다.

몸이 젖는다.

  

방금 본 장면들의 의미를 설명하는

진짜 주인공 백인이 나온다.

햇볕에 조금 그을리긴 했지만  

백인이 분명하다.

버터의 질감 같은 한국어 더빙이 흐르고

기술의 부스러기들이 

화면 가득 올라간다.

자본의 힘이 밀어 올리고 있다.

 

붉은 저녁 놀 속에서

조연들의 하루가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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