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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철 Nov 05. 2023

<마린보이의 꿈/최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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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보이의 꿈>

 

위도 20아열대의 바다는 

끈적거릴 뿐 움직임이 없다.

끝없이 반복되는 투망(投網)질로 

바람도 힘없이 가라앉아

새파란 청춘은 비릿한 냄새에 친친 감기고

숨 막혀 견디지 못하는 나는

50미터깊은 곳에서 예망(曳網중인 

그물의 전개(展開상태를 확인해야겠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고 

바다 속으로 뛰어 들고 싶었다.     

두꺼운 현실의 장막을 찢고

발가숭이로 수압(水壓)을 잊는 곳.

푸르디푸른 빛의 세계로 

와이어(wire)를 잡고 따라 내려가서

천장망(天仗網, upper net)의 입구를 붙잡고 

물살을 멋지게 타보기도 하면서

갑오징어도미갈치민어 등과 만나고 싶었다.

그때 나는 마린보이가 되어

그들의 은빛 비늘현란한 춤의 절정을 

산소 껌처럼 질겅질겅 씹으리라.

 

물 바깥의 세상을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런 상황이 

오히려 나를 미치게 만들어

나와는 완전히 다른 종족들과

연애를 하고새끼를 낳고

생명이 다할 때까지

아니 특례보충역이 끝날 때까지 만이라도

행복한 용궁 속에서 머물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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