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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철 Nov 03. 2023

<순대를 먹으며/최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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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를 먹으며>

      

모둠 순대 大 1순대 전골 2인분을 시켰다.

모자라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하면서 

모둠 순대 와 의 차이는 5,000

우리 가족은 이 차이만큼 남들 보다 많이 먹는다

차이만큼 

남들 보다 욕심 많고

하루살이처럼 서로 부대끼며

웃고 떠들고

때론 싸우며 그래서 남들보다 더 시끄럽다

우린 그 차이만큼 세상에 더 빚을 지고 사는 셈이다.

세상에 진 

그게 터져버린 순대의 속살보다 더 적나라하게

생계의 핏대들과 뒤엉켜 매일 나를 괴롭히지만

지금 순대 전골을 먹으면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먼저 먹으려고 다투는 아이들을 보면 

시나브로 행복해지는데,

쑥쑥 자라는 생명들은 저렇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아내와 나는 조용히 

아이들이 먹지 않는 것을 골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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