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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철 Oct 31. 2023

<거실의 감응/최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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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의 감응>

 

잠이 깨어 거실로 나왔다.

어스름한 무덤 속,

나로 말미암아 소파가 깨었을까.

소파의 뒤척이는 소리가

나를 덧칠해 버린다.

내 시선이 어둠속에 섞이자

사물들이 보인다.

탁자위의 리모컨

가슴을 연 채 엎드려 있는 책

식은 찻물이 고여 있는 찻잔

풀다만 아이들의 숙제 

모두가 액체처럼 고여 있다.

달빛은 베란다 창에서 

촉수를 드러내 애무 중이다.

모두 부드러워졌다.

어둠의 경계가

반쯤 접혀 은은하게 반짝인다.

그들이 뿜어내는 감응(感應)

문턱을 넘어

마취의 약효처럼 나를 물들인다.  

모두 그들의 것이다.

나의 느낌조차도.     

문득 풍치(風齒앓는 송곳니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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