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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철 Nov 12. 2023

<도계장(屠鷄場)에서/최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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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계장(屠鷄場)에서>

         

자동 선별기 없이도 

10, 11… 15, 16호 

선별 반 아줌마들은 척척 

닭들을 골라 상자에 담는다

가끔 직접 담아 보지만 고르지가 않다.

비슷해 보여 이놈 저놈을 잡아내지만 

만질수록 점점 커지거나 작아지는 게 

공들였지만 삐거덕거리는 

내 詩 같다

정신없이 빠른 손놀림으로 

닭들의 알몸을 만져 

100그램의 차이를 골라 

한 상자열 마리 담는 짧은 공정에도 

쉽게 근접할 수 없는

숙련과 절제가 필요한 것이다

    

생각과 느낌을 벗겨내고 대상을 

같은 크기와 무게로 골라 담아낸다는 것      

그건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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