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오만판 사건

35)

by 최희철

35) 오만판 사건


무스카트 입항하여 하역 중이었다. 일본판과 한국판은 냉동컨테이너를 수배해서 채우면 되고 오만판은 현지 수산회사에서 차를 보내왔다. 딱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K808호도 항차마다 일정량의 오만판 특히 청돔과 병어를 어획해 와야 했었다. 우리가 어획한 오만판 어종들은 일반시장이 아니고 오만 군대에 들어가는 걸로 알려졌다. 그러니까 오만으로 보면 오만판은 군수산업과 관련된 제품이었다. 오만판은 하역할 때도 우리 혼자 카운팅 하는 게 아니라 오만 수산회사 직원과 항해사가 함께 카운팅을 하였다. 상품의 가치로 보면 오만판은 우리에게 큰 수익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오만판의 어가가 톤 당 600불정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건 아마도 상품의 가치를 따지지 않고 ‘계약어가’가 이미 정해져 있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 어업허가권을 주고 어획량에 대한 로얄티를 책정하는데 있어서 오만판 어종은 일종의 옵션 같은 게 아니었나 싶었다.

우리가 납품한 오만판 어종이 군납으로 사용된다는 것은 당시 오만의 정치구도에서 군부의 힘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입항하면서 제출한 서류상으론 오만판은 30톤이었다. 오만판 하역은 수산회사직원과 같이 카운팅을 해야 하기에 번잡한 것도 있고, 양도 얼마 되질 않아 빨리 끝내려고 한국판, 일본판은 크게 벌리지 않고 오만판 하역을 먼저 시작하였다. 브리지에서 입항서류를 살피고 있는데 강철 2항사가 오만판 하역이 끝났다면서 최종 하역 확인서를 갖다 주었다. 오만 수산회사 트럭과 직원들은 모두 돌아갔다. 좀 일찍 끝났다 싶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서류를 살펴보니 ‘병어’가 5톤이고 ‘청돔’은 12톤 밖에 되질 않았다. ‘청돔’ 3톤이 펑크 난 것이다. 이런 일을 처음이었다. 여태까지 오만판이 조금이라도 많으면 많았지 이처럼 부족한 경우는 없었다. 오만판이 3톤 부족이라면 큰 차이였다.

“이거 좀 이상한데 우리가 구찌미(청돔) 이것 밖에 없었나?”

“어창 다 뒤졌는데 없던디요”

“암말도 안하던가?”

“카운팅하던 놈도 그냥 사인했어여”

“이러면 안 될 테데, 오만판은 한국판 일본판과 달라서”

“돈도 안 되는 놈들이 어창만 차지하고”

“그게 아니라 우리가 채워주어야 할텐데...”

선장은 외출 중이라 연락할 수 없었다. 난 일단 자전거를 타고 항구 입구에 있는 오만 수산회사를 찾아갔다. 사무실 최종 책임자는 인도인이었다. 날 보더니 놀라며 왜 왔냐는 눈치를 했다. 우리가 입항 전 기지에서 보고한 게 몇 톤이냐고 물었다. 그는 30톤이라고 말하고 ‘청돔’이 3톤 모자란다고 했다. 모자라서 문제가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그걸 다른 어종으로 채워 주면 안 되겠냐고 제의했다. 나는 마다이(참돔)로 채워 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의외로 웃음을 띠며 승낙했다. 사실 참돔은 톤 당 1,500불짜리가 아닌가. 그래서 다시 하역확인서를 다시 작성하고 차를 보내와 참돔 3톤을 청돔 대신 하역해 주었다.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저녁에 선장에게 보고했더니 선장은 참 잘했다고 했다. 그거 펑크 나면 큰일 난다고 했다. 오만판은 보고한 톤 수 만큼은 반드시 하역해 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곤 2항사에게 앞으로 오만판이 부족하면 반드시 초사에게 보고해서 해결을 하고 넘어가야지 부족한 채로 그냥 넘어 가면 안 된다는 주의를 주었다.

다행히 우리는 다음 항차에 경고만 받았다. 기지에서 말하길 오만판의 보고량과 하역량이 늘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걸 어기면 벌금이 10만 불이라고 했다. 그런데 오만 수산청에서는 좀 이상한 관점에서 우리를 의심하였다. 오만판의 보고량과 하역량이 다른 걸 갖고, 우리가 자기들의 고기를 도둑질해 간다고 오해하는 게 그것이었다. 도둑질을 하더라도 톤당 600불 밖에 되지 않은 어종을 도둑질 할 리가 없는데 말이지. 우리의 모든 어획량은 입항 전에 보고되는데 그들은 오만판만 확인하고 다른 것은 확인하지 않았다. 만약 우리가 도둑질하려고 한다면 오만판이 아니라 일본판, 한국판을 도둑질 할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오만판만을 갖고 우리를 의심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오만판의 보고량과 하역량이 달라 문제를 일으키게 되면 그 불똥이 한국판, 일본판에도 미칠 수 있다는 게 문제였다. 그러니까 반드시 오만판은 보고량과 하역량을 일치 시켜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곽선장은 나의 순간적인 판단을 칭찬해 주었다. 아마 나에 대한 칭찬은 처음일 것 같았는데 그때부터 나를 조금은 믿는 것 같았다.

오만판 사건은 의외로 큰 사건이었다. 만약 오만판 3톤이 부족한 상태로 하역을 마치고 그냥 출항했더라면 벌금은 벌금대로 맞고 다음엔 보고량과 실제 하역량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와 더불어 우리의 전체 어획량 보고에 대한 의심이 생겨 어획량 전체에 대한 검사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다른 배에게도 오만판의 보고량과 하역량에 대한 일치의 중요성은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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