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 그리고 억압
<성(性)에 대하여 2>
금지 혹은 금기는 억압을 만들어낸다고 했습니다. ‘근친상간’의 금지는 섹스의 ‘자연스러움’에 대한 억압이죠. 그리고 관련된 제도들을 만들어 냅니다. 가령 ‘군혼(群婚)’ 등과 같은 동거 방식은 점점 사라지고 ‘일부일처제’ 같은 게 생겨납니다. 여성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는 것이죠.
잉여생산물의 분배과정에서 여성은 잉여생산물이 아님에도 분배의 대상이 된다고 했습니다. 마치 ‘희생제물’과 같은 의미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가령 제물은 ‘죽여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들 중에서 선택됩니다. 돼지머리 같은 것을 떠올려 보십시오. 어떤 돼지머리를 제물로 사용하기 위해 자른다 해도 이의를 제기할 돼지는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힘이 약한 존재라고 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그런 돼지머리라 할지라도 제물이 되는 순간 가장 성(聖)스러운 존재가 됩니다. 어쩌면 희생제물이 갖게 되는 아이러니라고 해야 할 겁니다. 우리가 지금 성스럽다고 하는 것들의 이면에는 모두 돼지머리의 아이러니가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건 성스러운 인간에게도 적용됩니다. 누구라도 자신이 권력을 갖고 있을 때 혹은 이름값이 높을 때는 절대 ‘희생물’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일 때 희생물이 되지요. 하지만 희생물이 되고 난 뒤에 희생물을 성스럽게 여기게 되고 심지어 숭배하게 됩니다. 여성이 어떤 집단에서 ‘분배의 대상’이 되는 것도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내의 역사’를 보면 아내로서의 여성은 늘 남편의 소유물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여성은 공동체를 위해 분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소유보다는 증여(贈與)를 더 중요한 덕목으로 여겼던 원시공동체 내부에서 지도자들에게 보상의 차원으로 여성에 관한 욕망을 인정해 준 것 등이 그것입니다
여성이 분배의 요소가 된 것은 모계사회가 부계사회로 바뀌었다는 말입니다. 여성은 생식과 육아 그리고 가정 내부의 일들을 담당합니다. 생명과 관련된 일들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남성들이 정치, 종교 그리고 전쟁과 철학에 힘쓰는 ‘시민’이라고 한다면 여성은 그것들의 하부구조를 이루는 일들을 담당하였던 셈이죠. 우리가 알고 있는 ‘경제’ 즉 ‘이코노미’는 원래는 ‘가정관리술’이었다고 합니다. 이코노미(economy)는 라틴어 오이코노미아(oikonomomia)에서 유래했다 합니다. 생식, 육아 등은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고 개인적 공간입니다. 가정은 사적(私的) 욕망의 공간인 반면 정치나 철학 등은 공적(公的) 욕망의 공간입니다.
고대엔 사적 욕망을 공적 공간에서 다루지 않았다고 합니다. 경제가 공적인 공간으로 확장되고 또 정치의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은 근대 이후 특히 자본주의 시스템에서였습니다. 지금은 경제가 아주 중요하지요. 하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도 경제는 실제론 매우 사적인 영역이라고 해야 할 겁니다. 근대적 자유가 바로 그런 겁니다.
사적 욕망이 공적으로 취급 받는 것, 이런 점에서 자본주의는 매우 독특한 시스템이라고 해야 할 겁니다. 섹스 역시 근친상간이 금지되면서 사적(私的)인 욕망이 되어 버렸습니다. 섹스와 섹스에 관한 언어들이 은밀한 공간에서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여성은 공동체를 유지해야 하는 시스템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하여 여성은 공동체를 위해 분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소유(所有)가 아니라 증여(贈與)를 중요한 덕목으로 여겼던 원시공동체 내부에서 지도자들에게 보상의 차원으로 여성에 대한 욕망을 인정해 준 것 등이 그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