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베르그송주의자의 회상-9>

동네 동생들

by 최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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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베르그송주의자의 회상-9>


동네 동생들


동네 동생들이다. 안고 있는 봉삼이는 나보다 여섯 살이 어렸는데, 그의 형은 부산에서 고등학교 다녔던 막내 외삼촌과 친구였고, 누나 중 한 명은 나와 초등학교 동기였다. 난 ‘선원 특례보충역’ 출신으로 늦게까지(38살까지) 예비군 훈련을 받았는데, 가끔 예비군 교장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다. 그가 분명 보충역(방위) 출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예비군 훈련 때 해병대 군복을 입고 와서 놀랐다. 물어 보니 '가라'로 하나 맞추어 입었다고 하면서 남들에겐 말하지 말라고 했다. 아, 그는 늦둥이였다!


옆에 있는 중규는 나보다 두 살 어리다. 큰 여동생과 동기인데 오래전 부산대학교를 졸업하고 삼성에 취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의 형이 나와 초등학교 동기다. 사진을 찍은 장소는 동생 친구 상옥이 집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상옥의 아버지는 예전에 구포교 보수공사 책임자였는데 덩치가 아주 큰 ‘장군’ 스타일이었다. 모르긴 해도 당시 공사판 책임자 같은 걸 하려면 덩치도 크고 주먹도 좀 쓸 줄 알아야 했었다. ‘5부두 노무 반장’이었던 나의 큰 아버지도 그랬다. 상옥이 집 계단은 공사판 ‘아시바’로 불리는 것인데, 구멍 숭숭 뚫린 철판을 이용하여 만들었다. 상옥은 자기 아버지를 닮았는지 여자임에도 키가 크고 힘도 세어 남자애들과 어울려 당시 유행하던 ‘프로 레슬링’이나 '축구'를 하였다. 하지만 그는 사춘기를 지나면서 ‘눈부시게’(적어도 내 눈엔) 아름다운 여자가 되었다.

이 모든 기억들은 한 장의 종이 같은 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종이 두께의 기억들이 바람과 햇빛처럼 온 세상을 비춘다. 우리들의 환한 웃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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