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간편지] 나의 똥글이(윤이)에게

임신 33주를 시작하며

by 최우주

이식하는 날, 나는 많이 울기도 하고 불안한 마음이 가득해서 너를 뱃속에 품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너무 우느라 이식하는 모니터를 쳐다볼 겨를도 없었고 숨을 고르기 바빴던 것 같다. 이식이 끝나고 나의 손에 쥐어진 동그랗고 커다래보였던 배아사진 한 장. 그게 너와 첫 만남이었다.

이전에 화유로 끝났던 내 첫 번째 임신은 내가 임신테스트기로만 마주한 임신이라 그럴듯한 태명도 짓지 않았다. 뭔가 사라질 것을 직감했던 걸까. 주위에서 태명은 뭐로 할 거냐는 물음에 세포라고 불러야 하나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유산이 된 걸까. 너는 바로 태명을 붙이고 자주 불러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너는 똥글이가 됐다.


나는 특이하게도 주변에 태몽을 꾼 사람이 유일하게 한 명이고, 이식 이전에 회사 동기가 꿔줬는데 감나무 밑에서 딱 한 개만 달려있던 사람만 한 단감이 나를 향해 떨어져서 내가 안아서 받았다고 했다. 감나무에서 내가 감을 따면 엄마가 아이를 선택한 것이고, 감이 떨어져서 나에게 온 거면 아이가 엄마를 선택해서 왔다고 하는데 나는 이 말을 참 좋아한다. 임신이 간절했던 그 시기에 나를 선택해서 와준 아이가 더없이 고맙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편지는 입원 44일째인 병실에서 쓰고 있다. 임신 26주 6일, 동네 병원에서 자궁경부길이가 짧아(1.2cm) 조산위험이 있다는 소견을 듣고 전원의뢰서를 써줬다. 급하게 경부를 묶는 수술을 해주는 병원을 찾아 병원 3군데째에 당일 가능한 병원에 입원을 하고 응급수술을 했다. 내가 생각하던 여유로운 임신생활이 아닌 병원에 갇혀서 누워있어야 하는 생활을 한지 벌써 한 달하고도 절반이 지났다.


처음에 입원을 했을 때는 급작스레 너를 잃게 될까. 오늘 아침에도 어제저녁에도 태동을 느꼈는데 내 몸이 잘못돼서 너를 보내주게 되는 건 아닌가 자책과 두려움에 휩싸여서 하염없이 우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버텨온 시간은 생각해 보면 내가 버틴 것이 아니라 네가 나를 선택해 준 덕에 외로운 병원생활도, 무기력해진 내 마음도, 잘 위로하며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너는 늘 나와 함께 있었다. 앞으로 내 인생에 누구보다 중요한 존재가 될 것이고, 우린 계속해서 함께 할 것이다.

너를 세상에서 볼 날을 고대하며 나는 더 굳건해지고 강인한 사람이 되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입체초음파 사진의 너를 들여다보곤 한다. 얼굴도 모르던 배아시절부터 너를 사랑했던 것처럼, 귀히 여기고 사랑해 줄 것을 다짐한다.

사랑한다 내 딸 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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