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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 소녀 하이디 Jun 26. 2019

나를 춤추게 한 후배의 칭찬

브런치 작가로서 Day 1을 시작하게 도와준 고마운 사람들에게

오늘은 저에게 정말 기분 좋은 특별한 날입니다. 제 생일이에요. 짝짝짝!! 축하합니다. 

아.. 네.. 그렇지만 누구에게나 일 년에 한 번씩은 돌아오는 생일인데 이렇게까지 유세를 꼭 떨어야 할까요?

네에~ 그럼요!. 오늘은 제 일생에 수십 번 돌아왔다 생일들 중 정말 기억에 남을 생일이에요. 바로 오늘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쓸 수 있다는 합격 이메일을 받았거든요!!


나는 무엇이든지 한 번에 이룬 적이 없다. GMAT을 볼 때도 실력 있고 운도 좋은 분들은 한 번에 원하는 점수를 얻기도 한다는데, 그건 정말 그야말로 "남의" 얘기였다. 그나마도 도전 첫 해에는 원하는 학교에 합격하지 못했고, 그 후로 1년 반을 더 보내며 에세이를 다시 준비했다. 결국 준비 기간 총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후 원하는 학교에 입학을 했다. 취업 준비 때에도 평균 +10곳 이상의 회사에 원서를 넣는 동기들보다 3배 많은 +30 군데의 회사에 원서를 넣었다. 수 차례의 시행착오와 시간과 노력을 많이 쏟아부어야 원하는 것을 하나하나씩 가까스로 얻어내는 그런 스타일이다. 원하는 것을 빠르게 이루기에는 내 실력이 부족하니 나는 늘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나에게 오늘 브런치 팀에서 받은 "합격" 이메일은 나도 무언가를 한 번에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나도 이제 "브런치 작가"라는 자존감을 한꺼번에 안겨주었다. 고마워요, 브런치 팀! 정말 열심히 해 볼게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브런치 팀뿐만이 아니라 고마워할 사람이 더 있다. 이런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어메이징 한 브런치 팀의 이메일을 받는 기회로 나를 연결시켜준 M이다. 


M은 내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팀원이었다. 내가 일본에 있을 때에는 한국에서의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내가 한국에 출장 차 머물 때는 미팅을 몰아서 하느라 자주 끼니를 거르는 나에게 종종 푸짐한 샌드위치를 선사하는, 따뜻하고 긍정적인 마인드셋을 지닌, 그야말로 너무나도 완벽하고 유능한 M님이다. 그런 M이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했고, 인수인계를 하러 일본으로 출장을 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휴직 중인 나에게 퇴사 전 뵙고 싶다고 카카오톡을 보내왔다. 마음이 심란하여 일과 관련된 사람들이 보내는 메시지는 그동안 애써 읽지 않고 넘겼는데, 이 메시지는 그냥 넘길 수 없었다. 나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 "퇴사라고요? 축하해요! 대단한 결심이네요. 그래요, 우리 만나요!". 


저녁을 함께하며 우리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퇴사 후 그녀의 계획, 휴직 중의 나의 일상, 일본에서의 회사 생활, 그리고 언젠가는 한국에 우리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같이 론칭해 보자는 미래의 사업 계획 등등. 그러던 중 그녀는 브런치 이야기를 꺼냈다. 


"부장님, 브런치에 부장님 이야기를 써 보시는 것이 어떠세요?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하셨으니까 뽑히실 수 있을 거예요!",

"내가? 나는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나가라고 하는 글짓기 대회 이후 글을 써 본 적이 없어. 게다가 지난 10년간 외국에서 지내느라 한국어로 조리 있게 말하는 것도 잘 못하는 걸....",

"아니에요. 부장님은 곰곰이 생각하시다가도 결심이 서면 무섭게 밀어붙이시는 추진력이 있으세요!!"


구체적 계획도 없이 아이디어가 있으면 일단 시작을 하고 보는 (저는 일단 시작하면 계획은 뒤따라 온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더욱더 바쁘게 만들고, 그나마 시작한 일들도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야 근근이 성과로 연결하는... 그런 무모함이 그게 나의 추진력이라고?


사실 그동안 "내 마음속 작가의 서랍"을 늘 갖고 있었다. 한국을 떠나 타국에서 지내는 날들이 늘어날수록 그 속에서 얻는 인사이트와 경험들도 쌓였지만, 용기가 없어 내 주변 사람들 이외의 그 누구와도 그것들을 나누고자 하는 결심은 선뜻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긍정적인 M의 친절한 칭찬에 평소에 귀가 얇은 나는 용기백배하여 그동안 모아 놓았던 내 생각들을 한 자 한 자 글로 옮겨 보기로 했다. 나는 브런치에 보낼 나의 글들을 보고 또 보고 다듬고 또 다듬었다. 


이렇게 나는 선배를 춤추게 한 후배의 칭찬과 브런치 팀의 너그러움 덕분에 브런치 작가로서의 오늘 첫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오늘따라 매일 걷는 이진칸 도리(異人館通り)와 집 건너 위치한 산본마츠(三本松)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언젠가는 브런치에 올릴 글의 소재가 되겠지 생각하니 세상의 크고 작은 모든 것들이 정말 가치 있게 보이고 (M, 그때 그렇게 칭찬해 줘서 고마워요!), 이 공간이 내가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고, 쉬고 싶을 때 쉬고 싶은 나만의 든든한 별장처럼 느껴진다. 나를 믿고 맡겨진 이 공간을 정말이지 잘 꾸며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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