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첫 발

by 차로

두 번째 독립출판물을 낸 이후로 몇 년 간 새로운 책을 만들지 못했다. 아니 않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듯하다. 몇 가지 콘셉트와 아이디어들은 있었지만, 진득하니 앉아서 쓰자니 어디서부터 무슨 이야기를 적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무리 바빠도 글을 꼭 써야겠다! 하는 그런 마음의 심지가 없었다. 몇 번의 다짐을 하고 또 녹아내리고. 그것을 반복한 지 어느새 5년이 흘렀다. 하지만 마침내 이제는 절대 녹아내리지 않는 결심을 하려 한다.


아직 봄이 오지 않았던 2월의 끝자락. 나는 재입사했던 회사를 다시 떠났다. (재퇴사라고 해야 할까? 그런 말이 있기는 할까 싶다.) 다양한 원인들이 있었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나 하는 도전 정신이 들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새로운 회사의 프리랜서로 시작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해왔던 업무의 스타일과 격차가 너무 심해서, 논의한 기간보다 단축하여 근무를 종료하게 되었다.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올해의 내 인생. 멍하니 흘려보낼 수 없기에, 이렇게 새하얀 창에 무엇이라도 적어보고 있다.


"흘러가는 것 속에서 내가 떠올리는 것들"

중의적 의미를 좋아하는 내가 휴대폰 메모장에 간직해 온 문장이다. 윤슬이 반짝이는 강물을 보면서 떠오른 문장이다. 한 순간도 멈춤이 없이 그저 흘러가기만 하는 시간 속에서 나는 무엇을 놓쳐버렸는지, 혹은 그 강물 속에서 무엇을 뜰채로 떠올려야만 하는 것인지. 이러한 생각들이 하나씩 보이면 작지만 선명하게 반짝이는 무언가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이제 하나씩 떠올려보려 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