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음이 May 04. 2024

거절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오늘도 싫다고 말하지 못한 나에게

오늘 아침 라디오를 들었다.

라디오에서 "거절 잘하는 법"이라는 주제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여러 이야기 중 내 귀에 유난히 잘 들려온 문장이 있었다.


거절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거절에 대한 이유를 먼저 고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부분 이유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받게 된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워한다는 내용이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토요일까지 어떠한 업무를 갑자기 부탁했을 때 사실 토요일 약속이 없었던 나는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해 그 제안을 수용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거절에는 이유가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무언가를 부탁한 누군가도 거절의 이유는 궁금해하지 않는다고 치부된다. 부탁을 들어줄 수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만 중요할 뿐 내가 앞서 거절의 이유를 찾지 않아도 된다. 위의 예시에서의 나는 토요일 아무 약속이 없었던 게 아니다. 토요일 쉼이라는 나와의 약속이 있었다. 타인과의 약속이 중요한 것과 같이 나와의 약속 또한 중요하다. 


실제의 나도 거절을 잘하지 못한다. 

오늘의 라디오가 내 귀에 더 잘 들려온 이유 또한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이기에 더 잘 듣고 싶었던 것 같다.


나는 왜 거절이 어려울까?

나는 부탁을 하기까지 그 사람이 했을 많은 고민이 느껴 저 조금이라도 시간적인 여유가 생긴다면 충분히 도와줄 수 있기에 거절하지 못했다. 더불어 내가 좋아하지 않은 사람들의 부탁은 그들에게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거절하며 말을 이어가는 상황이 싫었다. 그래서 최대한 마주치는 시간을 줄이고 그의 제안을 빠르게 해결해 주기 바빴다. 하지만 직장에서 이러한 문제 해결법은 내가 나를 더 지치게 만들었다. 

나에게 솔직하지 못한 상황의 연속이었고 점차 나는 더 거절을 잘하지 못하는 쉬운 사람이 되었다.


나에게는 거절도 용기가 필요했다.  내가 그날의 하고자 하는 일은 따로 시간을 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우선순위를 타인의 일로 생각했었다. 나는 남에게 부탁하는 것을 더 어려워하기에 내가 부탁을 어려워하는 만큼 남들도 부탁하기까지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부탁하는 타인에 대한 마음을 더 크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내가 나의 상황과 마음을 너무 고려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나를 위해 용기를 내 거절해 보려고 한다. 앞으로의 나는 거절의 이유를 먼저 찾지 않고 상황과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를 것이다. 나를 힘든 게 한 건 결국 나이고 내가 힘들지 않게 지켜줄 수 있는 사람도 나다.


작가의 이전글 나쁜 기적 = 좋은 일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