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음이 May 18. 2024

모든 이별의 이유는 사실 핑계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니 부디, 우리가 도망쳐온 모든 것들에 축복이 있기를

‘모든 이별의 이유는 사실 핑계일 확률이 높습니다.’


하긴, 사랑 자체가 홀로 버텨내야 할 생의 고독을 이기지 못해 도망치는데서 비롯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 그게 어디 사랑에만 해당되는 문제일까요. 도망쳐야 했던 것은 어느 시절 웅대한 포부로 품었던 이상일수도 있고, 세월이 부과하는 책임일 수도 있으며, 격렬하게 타올랐던 감정일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는 번번이 도주함으로써 무거운 짐을 벗어냅니다. 그리고 향해는 오래오래 계속됩니다.

     

그러니 부디, 우리가 도망쳐온 모든 것들에 축복이 있기를,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부박함도 시간이 용서하기를. 결국엔 우리가 두고 떠날 수밖에 없는 삶의 뒷모습도 많이 누추하진 않기를.




예전에 좋았던 글귀를 적어놓은 노트에서 영화 속 등장한 문장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일본 영화의 대사와 관련된 글귀였습니다. 오랜만에 마주한 글귀에서 그날의 제가 느꼈던 감정들이 다시 느껴졌습니다. 그 당시의 손상된 내가 떠오르기도 하고 무언가를 갈망했었지만 포기했던 나의 모습이 제 눈앞에 그려졌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평범한 일상, 선물 같은 순간, 감당할 수 없는 장애물의 연속이라고 합니다. 감당할 수 없는 장애물은 누구에게나 오기 마련이고 그 장애물은 이별로 그리고 시련으로 영혼을 움츠려 들게 한채 도망치게 합니다. 하지만 도망침이 필요한 시기에는 잠시 뒤돌아보지 않은 채 나를 지키기 위해 도망치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뒤 평범한 일상과 선물 같은 순간이 곧 다가올 것을 알기에 그날의 힘들어하는 내가 너무 고통스러워하지 않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지도 너무 많이 관심 같지도 않은 채 시간이 흘러가길 바라며 반대 방향으로 두 발을 움직이는 순간이 필요합니다.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그날의 당신의 옆에 축복이 함께 하길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거절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