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es, N. (2007). The issues deserve more credit: Pragmatist contributions to the study of public involvement in controversy. Social studies of science, 37(5), 759-780.
이 글은 과학기술 논쟁에서의 대중참여를 둘러싼 과학기술학(STS) 연구와, 미국 실용주의 정치철학(존 듀이, 월터 리프먼)의 사유를 함께 읽으며 “왜 이슈 형성(issue formation)이 민주주의에서 중요한가?”, “이슈는 왜 대중참여를 요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를 통해 과학기술 논쟁 속에서‘이슈와 함께 출현하는 대중(public)’에 주목해야 함을 강조한다.
과학기술 논쟁에서의 대중참여: 프레이밍된 이슈의 한계
유전자 재조합, 광우병, 기후위기 등과 같은 과학기술 논쟁에서 STS 연구자들은 대중참여를 통해 ‘과학기술의 민주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Irwin, Jasanoff, Wynne은 이러한 논쟁 속 참여를 경험적으로 탐구하며, 과학적 프레이밍이 이미 설정된 상태에서 시민들이 참여하기 어렵다는 점을 비판했다. 이슈가 과학적으로 정의된 이후에야 시민이 호출되는 구조에서는, 참여가 본질적으로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Latour와 Callon은 논쟁의 장을‘하이브리드 포럼(hybrid forum)’이라 부르며, 이슈를 단순한 담론이 아닌 사회물질적으로 구성된 것으로 이해했다. 광우병을 다루는 정치적 과정에는 단지 인간 행위자뿐 아니라감염된 소나 바이러스와 같은 비인간 행위자 역시 참여한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과학기술 논쟁은 인간과 비인간이 함께 얽혀 있는 ‘코스모폴리틱스(cosmopolitics)’, 즉 공통의 세계를 구성하는 정치 과정이다.
왜 ‘이슈 형성’이 정치적으로 중요한가: 듀이와 리프먼의 실용주의적 시각
STS가 ‘이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 실용주의 정치철학자들은 그 정치적 의미를 설명한다. 존 듀이와 월터 리프먼은 산업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전문가나 제도만으로는 공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 문제의 영향을 직접 받는 대중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실용주의자들에게 민주주의는 하나의 이상이 아니라 필요의 산물이다. 문제(problem)가 생겨날 때, 그것을 함께 다루는 과정 속에서 공공(public)이 구성된다. 듀이는 민주주의를 제도나 규범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떻게 연합하고 공공을 형성하는가”의 문제로 본다. 그를 매개하는 것이 바로 ‘이슈(issue)’이자 ‘문제(problem)’이다. 즉, 공공성은 공적 문제들과 함께 출현하며 과학기술 논쟁에서의 대중 역시 이슈 형성의 결과로서 등장하는 공공이라 할 수 있다.
만들어지는 과정으로서 참여: 열린 이슈와 관계적 정치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과학기술 논쟁에서의 대중참여는 단순한 의견수렴이 아니라, 이슈를 매개로 얽히는(entangled) 연합체(associations)의 형성 과정이다. 이슈와 공공은 미리 주어진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슈 형성은 언제나 불안정하고 개방적이며, 새로운 행위자들의 개입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된다. 하지만 기존 STS의 프레이밍 이론은 이러한 개방성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했다. 프레임은 이미 외부의 정치적 힘에 의해 고정된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저자는 이슈가 형성되는 과정을 역동적인 관계망의 생성으로 본다. 이 과정에는 인간뿐 아니라 비인간 행위자들도 함께 얽혀 있으며, 그들이야말로 이슈의 정치적 의미를 드러내는 주체다.
관계로서의 참여: 애착(attachment)의 정치
저자는 이러한 관계적 접근을‘애착(attachment)’ 개념으로 설명한다. 애착은 단순한 정서적 연결이 아니라, 능동적 수행(active commitment)과 의존성(dependency)을 포함한 관계적 개념이다. 행위자들은 애착을 통해 이슈와 얽히고, 그 관계 속에서 새로운 존재론적 연합체(ontological associations)가 만들어진다. 예컨대 마약과 사용자 간의 관계를 생각해보자. 이 둘은 서로 의존하면서도, 그 관계를 능동적으로 수행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이 바로 애착의 형태이며, 이를 통해 이슈(마약 문제)와 공공(사용자, 제도, 사회적 담론)이 함께 형성된다. 이 연합체는 언제든 외부 행위자의 개입으로 재구성될 수 있는 불안정한 정치적 관계망이다. 결국 대중참여란 이처럼 이슈와 대중이 함께 만들어지는 관계적 과정이다. 과학기술 논쟁의 참여가 역동적이고 개방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슈 자체가 불확실성과 이해관계의 차이와 경합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슈 형성을 단지 프레임으로 설명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저자는 애착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슈와 공공이 서로를 만들어가는 관계의 정치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