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인 것과 경제적인 것을 통약가능하게 만들기

by 게으른대학원생

이승철(2022), 사회적인 것을 계산하기: 사회적 가치 지표(SVI) 개발의 하부정치, 한국문화인류학, 55(1): 153-205


사회적가치 측정지표라는 시장장치(market device)는 사회적인 것과 경제적인 것을 통약가능하게 만드는 매개 수단이자, 사회적 가치라는 대상을 사회적으로 구성하고 사회적 경제라는 장(field)과 관련 행위자들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수행적 힘을 가진 통치 테크놀로지이다. 저자는 이를 주장하기 위해 한국사회적가치 진흥원의 사회적 가치 지표(Social Value Inded, SCI)가 관련 행위자들에 의해 개발되고 조정, 협상되는 과정을 다양한 문헌, 인터뷰 자료, 참여관찰 자료에 기반해 분석한다. 이론적으로는 가치의 수행적 전환(perfomative turn)과 칼롱의 이해관계의 동맹과 협상 및 계산장치(calculation device)에 기대고 있다.


사회적가치진흥원의 사회적 가치 지표의 개발과정은 총 4기로 나뉜다. 이때 지표측정 방식의 변화는 단지 전문성과 경험적 데이터게에 기반한 기술적 과정을 넘어, 다양한 이해관계들의 동맹, 갈등, 조정, 협상 되는 정치적인 장임을 보여준다.


1기(2010~2012년)에는 사회적 가치를 화폐로 환산하는 SROI 방식 지표를 개발하고자 하였으나 사회적 기업 종사자들의 동맹 관계에 실패하면서 무산된다. 진흥원의 화페환산 방식은 사회적 기업들로 하여금 오히려 자신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장치로 이해되었다. 뿐만 아니라, SROI가 일률적인 지표측정 방식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가치를 서열화하는 수행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 이 외 여러 현실적 어려움들과 담당 공무원들의 회의적 반응 등이 작용한 결과이다.


2기(2013~2014년)와 3기(2015~2017년)은 사회적 지표 라이브러리 방식인 IRIS 구축을 둘러싼 진흥원과 T대학 간의 갈등과 이후 M대학과의 동맹 관계를 통한 지표셋 개발의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T대학은 IRIS 방식을 따라 사회적 지표를 각 섹테별로 측정하고자 했으나 진흥원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 쟁점에서 사회적 가치 지표셋의 구성할 권리를와 가치측정의 목표과 갈등의 쟁점이 되었다. 이후, M대학이 지표셋 측정에 대한 프로젝트를 맡게 되어 사회적가치 진흥원만의 범용 지표셋(100점 만점에 총 14개의 지표를 포함하는 지표셋)을 2017년에 개발하였다고 발표한다.


4기(2018년~)에는 기존의 지표측정 방식을 수정하는 작업을 거쳤는데, 이 과정은 앞선 개발과정이 기술적이기 보다 이해관계의 갈등과 타협에 의해 사회적 가치와 경제가 구성되는 정치적 장으로 기능하였음을 보여주었고, 이 지표의 제도화 과정은 기존의 이 제도에 반대했던 행위자들까지도 지표의 ‘피평가자’라는 주체로 만들어지는 수행적 효과를 낳았다. 나아가 이 지표가 측정한 사회적 가치의 기준과 그 내용에 맞추어 사회적 기업들이 자신들의 사회적 가치 행위를 조정하려는 수행적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었다. 즉, SVI가 일종의 ‘통치테크놀로지’가 된 것이다.


위의 분석내용은 ‘사회적 가치측정 지표(SVI)’는 단지 기술적이고 객관적인 수치의 표상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라는 장 내에서의 플레이어들에 의해 사회적 가치가 어떻게 조정되고 협상되는가를 보여주는 장소라는 점을 시사한다. 나아가 바로 이 SVI가 사회적 경제라는 장을 재구성하고 플레이어들의 행위를 조정하는 수행적 힘을 발휘하게 만드는 ‘하부구조(infrastructure)’이며, 이 하부구조의 구성과 유지조정의 과정이 ‘하부정치’임을 보여준다. 사회적인 것과 경제적인 것을 연결하고 접합하고 조정하는 일련의 매개물과 통치테크놀로지 그리고 하부구조의 정치들에 대한 분석이, 결국 사회적 가치와 경제가 어떻게 사회적으로 구성되고 그 정의가 어떻게 정치적으로 조정되는가와 같은 큰 질문에 답하고 있는 것이다.


=> 사실(지표로서의 숫자) + 규범(사회적 가치) => 사회적가치 측정지표 => 이 논문에서 저자는 수행적 전환이라는 이론적 도구를 활용해 사실과 규범의 관계가 어떻게 접합되는지 보여준다. “사실의 생산 자체에 개입하는 규범적 논의들과 사실의 저항에 마주쳐 수정되는 규범들처럼 사실과 규범이 얽혀있는 정치와 권력의 선들이 가치화 장치를 가로지르며 작동하고 있다는 점”(192)을 보여주는 것이다. => 즉, 여기서 사실과 규범의 구분은 불가능하다.

=> 이 논문은 한편으로 “사회적 경제”라는 장 내에서 사회적인 것과 경제적인 것이라는 이질적 체계가 자연스럽게 얽히는 것이 아닌, 권력과 정치에 의해 갈등하고 타협되며 접합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사회적인 것을 경제적 가치를 나타내는 화폐와 수치로 치환하는 일련의 작업이 이질적인 것들 간의 긴장과 갈등, 타협을 불러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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