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사회를 위한 새로운 정치경제학을 향하여
기후위기, 고령화, 디지털 전환 등 우리 시대는 수많은 미션들을 마주하고 있다. 이 미션들을 해결하기 위한 공통의 목표가 필요하고, 정치경제학 역시 개인의 이익이 아닌 사회적 목표를 위해 재정립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시장과 역동적인 관계를 새롭게 형성하고 내부의 혁신역량을 고취시켜야 한다. 더 이상의 시장실패를 기다릴 수 없고, 오히려 정부가 시장을 형성하는 새로운 관계맺기가 요구된다. 결국 마추카토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치경제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바꿔 말해,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새로운 정부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따라 자본주의가 호황을 누리던 시절을 지나 위기를 맞았다는 시대진단이 흔하다. 저자는 금융의 근시안적 사고가 생산경제로의 자금 투입을 막고, 기업의 금융화로 인해 이해관계의 가치가 아닌 주주가치가 극대화되고, 기후위기라는 글로벌 난제가 등장하고, 시장실패를 땜질하는 정부역할이 한계를 맞으며 이러한 위기가 도래했다고 말한다. 작은 정부시대에서 정부 역할은 가치창출과 위험감수를 담당하는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고, 기업처럼 정부를 운영하고 외주화를 통해 세금을 절약하고 위험을 낮추는데 있었고, 승자를 선택하는 의무로부터 벗어나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 모든 것이 잘못된 신화라고 비판한다. 따라서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대안은 정부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정부를 다시 생각하는 일"이 곧 "자본주의를 다시 생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p27).
정부의 역할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아폴로 프로젝트는 1961~1972년 NASA가 주도한 달 탐사 계획으로, 인류의 달 탐사라는 명확한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다양한 과학적·정책적 실험을 수행했다. 그 과정에서 아폴로 1호 화재와 같은 비극적 사고가 발생했지만, 이는 조직을 유연하게 변화시키고 수평적 소통과 원활한 정보 흐름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 개편을 촉발했다. 이러한 노력(위험 감수)에도 혁신은 보장되지 않는다. 위대한 혁신에는 필연적인 우연이 허용되며, NASA는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그 가능성을 확장했고, 부차적 혁신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성과를 두고 케네디 대통령은 장기적 미션을 단기적인 예산 논리에 가두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아폴로 프로젝트의 성공은 "가장 큰 불확실성을 부담하고 이러한 위험을 질 수 있는", "목표를 중심으로 현장에서 나오는 새로운 발상을 자극하는" 정부로부터 나온다고 주장한다(p124).
21세기의 우리는 새로운 비전과 미션들을 마주하고 있다. UN이 설정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녹색 전환이라는 시대적 비전들이 제시되어 있다. 그린 뉴딜, 디지털 격차, 보건의료 접근성 혁신 등이 우리가 달성해야 할 미션들에 속한다. 이 미션들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부문을 넘나드는 혁신과 현장 기반의 상향식 실험과 프로젝트들이 실행되어야 한다. 예컨대, '기후변화'라는 도전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유럽에 100개의 탄소중립도시 건설'을 미션으로 설정한다고 하자.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건설 자재' 협력을 통해 '탄소중립소재 활용 건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실행해야 한다(p137). 이를 도식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미션지도를 제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시민참여'를 강조한다. 아폴로 프로젝트가 정부 주도의 하향식 혁신이었다면, 미션 이코노미는 '상향식 혁신'을 추구한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미션은 단순히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경제-과학기술-정치-문화가 협력하여 해결해야 할 거대하고 복잡한 난제들이기 때문이다. 즉 혁신의 개방성은 시민사회에게도 해당되며, 장소 기반의 여러 실험과 혁신들에서 시민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다.
끝으로 저자는 새로운 정치경제학의 일곱 가지 원칙을 제안한다. 첫째, 공익적인 목적을 가지고 함께 가치를 창출하기. 둘째, 정부가 시장을 고치지만 말고 함께 형성하기. 셋째, 동적인 역량을 갖춘 조직을 형성하기. 넷째, 성과 기반 예산 편성을 통해 재정을 조달하기. 다섯째, 선분배 방식을 통해 위험과 보을 공유하기. 여섯째, 이해관계자 가치를 중심으로 공생할 수 있는 협력적인 가치창출의 생태계 만들기. 일곱번째, 참여를 통해 미래를 함께 상상하기 이다.
이상의 내용들은 미션 이코노미에서 저자의 주장들을 요약해 보여준다. 자본주의, 즉 정부의 역할과 시장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자는 저자의 주장은, 시민사회의 관점에서 '시민의 역할'을 우리가 다시 생각해야 할 때라는 의미이다. 시민들은 더 이상 혁신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혁신을 수행하여 공동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이다. "참여는 미래를 함께 상상하기를 요구"한다는 주장은 시민참여의 가치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제 시민참여는 새로운 혁신과 전환을 상상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 미션 지향적인 실험과 프로젝트들이 그토록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참여의 공간을 제공하는가? 나아가 참여가 미래를 함께 '상상'하는 것을 넘어, 함께 '창조'할 수 있는가? 혁신의 정당성과 수용성의 수사 아래 시민참여의 가치와 역할이 제한될 위험은 없는가? 질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