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의 정의
전환(Transition)의 사전적 정의
=>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거나 바꿈
=> a change from one form or type to another, or the process by which this happens
=> Trans + it => 가로지러 가다
전환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전환은 단순히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옮겨가는 정적인 변화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전환은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process) 그 자체를 가리키며, 그 과정은 특정한 궤적(trajectory)을 그리며 기존 질서를 가로질러 이동하는 동적인 운동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전환은 “가로질러 가는 운동”이며, 이는 체제(system)를 구성하고 지탱해온 사회-물질적 배열들 위에 새로운 선을 긋는 행위에 가깝다. 선을 그어 이동한다는 것은 기존의 배열들을 단순히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절단하거나 조정함으로써 특정한 방향성을 가진 새로운 사회-물질적 배치를 생성한다는 뜻이다.
전환은 사전적으로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옮겨가는 변화를 뜻하지만, 지속가능성 전환, 녹색 전환, 생태 전환, 정의로운 전환 등의 전환 담론들을 통해 다양하게 정의되고 활용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지속가능한 전환(Sustainablity Transition) 연구"에서 전환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전환은 중요한 정책적 과제이다. 에너지전환, 디지털 전환을 골자로 하는 정책들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전환이라는 개념을 정책에 처음 도입한 것은 네덜란드이다. 2001년 네덜란드 정부는 제4차 국가환경정책(NPM4)에서 전환(transition)과 전환 관리(transition management) 접근을 공식적으로 도입했다(정병걸, 2017: 143). 이들의 정책은 "지속가능한 전환(Sustainablity Transition)" 연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즉, 정책으로서 전환에 대한 논의는 이론적으로 지속가능한 전환 연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전환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어떻게 전환을 정의내리고 있는지 살펴보려 한다.
지속가능성 전환 연구는 "지속가능성을 향한 전환"을 의미하며,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거대한 사회적 난제들(grand societal challenges)을 해결하기 위한 수십년에 걸친 대규모(large-scale)의 파괴적인(disruptive) 사회 시스템 변화"를 지칭한다(Loorbach et al, 2017: 600). 여기서 전환은 지속가능성이라는 특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장기간에 걸쳐 사회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힌다.
지속가능성 전환을 연구하는 Rotmans와 동료들(2001)은 전환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전환은 사회(또는 사회의 복잡한 하위 체계)의 구조적 특성이 변모하는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변화 과정으로 정의될 수 있다. 전환은 균일하지 않으며, 전환 과정 역시 결정론적이지 않다: 변화의 규모와 발생 기간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전환은 다양한 발전 경로를 수반하며, 그 방향과 규모, 속도는 정부 정책이 영향을 미칠 수는 있으나 결코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다. (Rotmans et al, 2001: 16).
다른 말로 하면 전환은 "연결된 변화들의 합"이며, 기술, 경제, 제도, 행동, 문화, 생태계, 신념을 구성하는 다양한 시스템들에서의 변화가 상호작용하여 서로를 강화할 때 근본적인(또는 파괴적인) 시스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Rotmans et al, 2001: 16). 이 변화는 특정한 전환의 궤적을 형성한다. 그러나 그 궤적은 결정론적이지 않다. 다시 말해 "비선형적(non-linear)"이다. 따라서 정부가 전환을 정책적으로 실험하고 관리한다는 전환관리(Transition Management)의 관점이 정부가 전환을 통제(control)한다는 의미가 아니며, 그럴 수도 없다고 주장한다.
한편 벨기에 Flemish 지역의 전략연구센터 VITO(Vision on Technology)는 전환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본질적으로 전환(transitions) 은 사회와 그 구성요소인 사회기술적 체계(socio-technical systems) 에서 일어나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 과정으로 정의된다. 전환은 기존의 구조, 문화, 그리고 행위 양식에서의 근본적인 전환을 수반한다. 따라서 전환은 복잡하고 불확실한 사회 시스템을 다루는 장기적(세대적) 과정이다. (VITO, 2012: 15)
이들의 정의에도 전환은 사회기술적 체계의 근본적인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이들 역시 전환은 구조, 문화, 행위양식과 같은 서로 다른 요소들의 변화를 수반하며, 전환의 "비선형적인" 특징을 강조하고 동시에 "장기적"인 관점을 공유한다.
한편 한국에서 사회-기술 시스템 전환을 주장해 온 송위진(2017)은 다음과 같이 전환을 정의한다.
전환은 기획·통제되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방향성을 가진 상태에서 다양한 주체들의 상호작용과 실험을 통해 여러 사회-기술혁신안들을 검토하면서 등장(emerge)하는 것이다. 방향성을 갖되 다양한 사회기술적 변이와 선택이 이루어지는 준 진화적 과정(quasi-evolutionaty process)을 거치게 된다. (송위진, 2017: 18)
이 정의 역시 전환은 기획되거나 통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장하며, 전환은 "출현(emrge)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이는 전환이 단순히 정책적 개입에 의한 산물(product)이 아님을 의미한다. 전환은 다양한 주체들 간의 상호작용과 실험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완벽히 통제될 수 없는 무엇이다. 그럼에도 전환은 "지속가능성"이라는 특정한 방향성을 지닌다. 즉, 전환은 다양한 사회기술적 실험을 통한 변이와 선택의 진화적 과정이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를 지향하며 전개된다. 이를 목적성을 가지되 진화적 과정을 따르는 준진화적 과정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위에서 언급되지 않은 "실험"이다. 실험은 전환을 실천하는 일종의 방법론이다. 전환 관리에서 전환은 니치(niche)라는 소규모 공간에서 실험되며, 성공적인 실험은 복제되고 다양한 지역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전환실험의 복제와 확장은 전환의 "전략"이며, 동시에 전환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이유이다.
이상의 논의들을 정리하면, 전환은 "지속가능한 사회-기술 시스템으로의 구조적 변화"를 목표로 "사회-물질적 요소들의 재배치를 다양하게 실험"하는 "비선형적이고 점진적인 장기적 과정"으로 일단 정의해볼 수 있다. 그러나 전환에 대한 이러한 정의를 넘어 지속가능한 전환이 실제 전환을 어떻게 해석하고 정책적으로 실천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기술 시스템의 다층적 접근(Multi-Level Perspective)과 전략적 니치 관리(Strategic Niche Management)에 대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
Loorbach, D., Frantzeskaki, N., & Avelino, F. (2017). Sustainability transitions research: transforming science and practice for societal change. Annual review of environment and resources, 42, 599-626.
Rotmans, J., Kemp, R., & Van Asselt, M. (2001). More evolution than revolution: transition management in public policy. foresight, 3(1), 15-31.
VITO, 2012, Transition in Research, Research in Transition
박인용, 성지은, 송위진, 이은경, 이정필, 정병걸, 한재각, 황혜란, 2017, 사회기술시스템 전환: 이론과 실천, 한울 아카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