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책을 위해 존재하는 문제들

technological fix

by 게으른대학원생

Ruess, A. K., & Müller, R. (2024). Finding solutions to problems that never existed: a case study of co-creation in the municipality of the future. Journal of Responsible Innovation, 11(1), 2391574.


최근 스마트시티 담론을 필두로 도시개발 또는 혁신의 맥락에서 공동창조 프로젝트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이 논문 역시 도시혁신의 맥락에서 실행된 공동창조 프로젝트(Urban Future Ulm, 2019~2021)에 대한 연구이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문제를 발굴하고 그에 대한 디지털 솔루션을 시민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만드는 공동창조 활동이다. 그 중에도 저자들은 ‘도시 폐기물 관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지털 솔루션 개발 사례’로 정원 쓰레기 처리장을 디지털화한 프로젝트를 선정하여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참여관찰, 반구조화 인터뷰 등의 질적 사례연구를 수행했다.


저자들은 이전의 논문에서도 공동창조를 비판적으로 탐구한 적이 있으며, 동일한 맥락에서 해당 공동창조 프로젝트의 구조적 맥락에 배태된 사회기술적 상상력과 그것에 의해 만들어진 시민들의 주체성을 비판적으로 탐구한다. 그 결과, 공동창조가 기술과 사회에 대한 견고한 비전을 재생산하고 안정화하는데 기여하는 도구로 활용되었다는 결과를 보고한다. 이러한 공동창조의 현실은 대중참여를 비판적으로 다루었던 STS 논의들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시민참여에 대한 학문적 논의가 실제 필드에서 반영되기 어려운 현실을 보고한다. 과학기술학자들이 줄곧 시민참여가 형식적으로 전략하거나, 기술적 내러티브 내에 종속되는 등의 현실을 비판하며 여러 규범적 주장을 펼친바 있지만, 시민참여의 현실은 여전히 그러한 담론들과 유리된 채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사례연구들의 지속적인 보고들은 공동창조가 약속하는 포용성, 임파워먼트 등의 가치들이 헛된 약속은 아닌지 우려를 불러온다. 무엇보다 co-creation 그 자체에 대한 개방적 접근이 필요한 때이다.


저자들은 co-creation 이론을 검토하며, 이 개념이 공공행정에서 오스트롬의 co-produciton과 비즈니스 마케팅 분야에서의 co-creation 개념, 디자인 분야의 co-design 개념이 통합되어 현재는 공공문제 해결의 전 과정(문제발굴 및 정의, 해결책 디자인, 기술개발 및 피드백)에서의 시민참여로 확장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개념이 혁신의 경제성을 강화하는 논리에서 시작되었으나, 현재는 책임있는 혁신을 실천하는 방안으로도 채택되었다. 후자의 맥락에서 co-creation은 STS와 연결되기 시작했고, 대중참여 연구를 비판적으로 탐구하던 STS의 전통은 co-creation에 배태된 참여의 경제성(생산적 논리), 참여의 정책적 정당화와 같은 측면들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co-creation이 정작 RRI가 강조하는 공평, 정의와 같은 가치들을 중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co-creation이 지니는 정치적 가치는 규범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공동창조가 실천되는 과정을 통해 탐구되어야 할 문제인 것이다.


특히 이 연구는 도시의 맥락에서 실천된 co-creation을 강조한다. 도시는 리빙랩이 실천된 근원지이기도 했고, 공공과 기업 시민사회가 비교적 쉽게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동창조가 실천되기 좋은 공간이다. 특히 도시 인프라를 재개발 또는 새롭게 개발하는 과정에서의 공동창조 실천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 때 도시 공동창조 프로젝트는 공동창조가 실제 구성되는 구조적 맥락과 실제 시민들의 역할에 관심을 가질 것을 요구한다. 즉, 실제 공동창조가 어떤 구조적 환경과 행위자들과의 역학적 관계 속에서 어떻게 실천되는지는지를 비판적이고 성찰적으로 들여다 볼 필요를 강조하는 것이다.


Ulm의 사례는 굳이 평가하자면 성공적인 사례라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사례에 대한 자세한 서술들이 흥미롭다. 저자들은 참여자 모집부터 문제정의 워크숍, 해결책을 모색하는 워크숍, 기술개발 및 평가의 단계마다 공동창조가 어떻게 시공간적, 담론적, 물질적으로 구성되고, 그 안에서 시민의 역할은 어떻게 상상되는지, 그 역할이 어떤 긴장과 저항을 불러오는지 등을 보여준다.


먼저, Ulm 시장이 워크숍 참여 시민들을 기니피그로 불렀다는 것이다. 이는 공동창조에서 시민의 역할이 능동적 주체와 수동적 객체 사이에서 여전히 긴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험용이라는 그 표현 자체가 흥미로웠지만, 동시에 도시개발 및 혁신에서 시민참여가 현실적으로 차지하는 위치를 보여주는 지점이라고도 생각한다. 물론 시장 개인의 표현이지만, 가장 단적으로 공동창조에서 시민의 위치를 보여주는 방증이 아닐까.

두 번째로, 문제정의를 위한 워크숍 이후 central co-creation workshop 역시 시민참여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시민들이 이 워크숍에 참여하지 않아서 프로토타입 개발이 시민을 제외한채 개발자들과 정책실무자들에 의해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왜 시민들이 참여하지 않았는지는 모르지만, 결국 참여의 단절을 프로젝트의 해결책이 기술적 내러티브에 의해 완전히 종속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비참여가 기술적 내러티브의 강화를 촉발한 원인은 아니다. 아래 설멍하듯, 이 프로젝트에는 이미 기술적 내러티브가 전제되어 있었다)

세 번째로, 그 결과, (이 논문의 제목이 보여주듯) 도시의 넘쳐나는 폐기물을 처리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뜬금없이 정원 쓰레기 처리장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이에 대해 한 인터뷰이는 “이 프로젝트는 존재하지 않았던 문제를 해결한다”(18)고 답했다. 결국 시민들이 제안한 도시문제와 디지털 해결책의 단절되었던 것이다. 애시당초, 이 프로젝트는 프로세스와 다르게, 해결책이 먼저였고, 문제는 나중이었다.


혁신의 전 과정에서 암묵적으로 상상되고 실천되는 담론은 디지털 솔루션이라는 해결책의 전제이다. 워크숍에 참여한 시민들이 굳이 센서라는 디지털 기술을 해결책으로 제안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 프로젝트는 “디지털 솔루션”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프로젝트의 설계자들은 공동창조가 열려있다고 강조하며 개방성을 그 가치로 내세워지만, 실제 공동창조가 실천되는 과정은 이미 기술적 내러티브가 전제되어 있는 경우, 그 경로가 설정되어 있는 경우가 다수라는 것이다. 많은 스마트시티 맥락의 리빙랩/공동창조 연구들이 바로 이러한 기술적 해결책으로의 귀결된다. 이와 관련해 Frahm 과 그 동료들(2022)이 social fix라는 개념을 제안하며, 혁신과정에서의 사회적 해결책의 부상을 주장했는데, 공동창조가 실천되는 프로젝트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사회적 해결책은 결국 기술적 해결책으로 귀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결과에 대해 저자는 다음의 측면들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강조한다. 1) 혁신활동을 지배하는 사회기술적 상상력(여기서는 기술적 해결주의/디지털 해결책), 전제된 가치들이 어떻게 프로젝트 설계에 배태되어 있는지 성찰적으로 탐구할 것과 2) 공동창조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생산하지 않는 시민들(eg. 다루기 힘들어서 참여에 이탈하는 등의 결과를 불러오는)을 생산적으로 다룰 수 있는 구조적 장치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유사한 맥락에서 Felt와 동료들(2023)이 그래서 “마찰”에 주목하고, 그들의 경험을 생산적으로 다룰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공동창조에서 시민의 역할에 대한 설계자들이나 전문가들의 관점과 실제 시민들이 관점이 서로 긴장 관계에 있거나 충돌을 불러 올 수 있다. 또한 3) 공동창조는 개방성과 폐쇄성 사이를 오고 가는 실천이다. 참여의 문은 열렸다가 닫힌다. 따라서 선택적 개방성의 맥락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4) 공동창조의 의미가 참여의 맥락화에 달려 있음을 시사한다.


=> Ansell et al(2023)은 co-creation의 정치적 함의를 이론적으로 탐구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이론화 작업은 필요하면서도, co-creation이 실제 프로젝트 내에서 수행되는 과정에서의 정치적 함의를 포착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 논문은 co-creation이 실제 프로젝트 내에서 어떻게 정치적으로 구성되는지 그 안에서 시민의 역할은 어떻게 위치지어지는지 살펴본다는 점에서 co-creation과 정치를 연결짓는다.

=> 또한 실패 사례에서 co-creatioin에서 나타나는 마찰을 조명하는 일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실패 사례라는 표현이 적절히 않을 수 있지만, 실제 시민참여가 계획대로 잘 이루어지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탐구하는 일은 중요하며, 이 마찰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그 마찰에 구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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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hm, N., Doezema, T., & Pfotenhauer, S. (2022). Fixing technology with society: The coproduction of democratic deficits and responsible innovation at the OECD and the European Commission. Science, Technology, & Human Values, 47(1), 174-216.

Felt, U., Öchsner, S., Rae, R., & Osipova, E. (2023). Doing co-creation: power and critique in the development of a European health data infrastructure. Journal of Responsible Innovation, 10(1), 2235931.

Ansell, C., Sørensen, E., & Torfing, J. (2024). The democratic quality of co-creation: A theoretical exploration. Public Policy and Administration, 39(2), 149-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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