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tion as Infrastructure
Danholt, P., & Langstrup, H. (2012). Medication as infrastructure: Decentring self-care. Culture Unbound, 4(3), 513-532.
(자기)돌봄은 지역적인 사회물질적 활동(local socio-material activity)이다. 즉, 돌봄은 독립적 개인이 스스로 행하는 무엇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들이 돌봄의 인프라를 함께 만들고, 구축하고, 유지하는 복잡한 실천이다.‘돌봄의 인프라(Infrastructure of care)’라는 분석적 렌즈는 인공지능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함께 만성질환자들을 돌보는 보이지 않은 행위자들과 실천들을 가시화한다. 이 논문은 “약물(medication)”을 인프라적 관점에서 조명하며, 조달(procurement)과 배치(emplacement) 개념을 통해 약물이 인프라의 구성요소이자 인프라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실천(infrastructuring)라는 점을 주장한다.
약물은 환자와 의료진에게 공통의 관심사로서 돌봄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요소로 기능한다. 약물에 대한 공통의 관심이 어떠하느냐에 따라 자기돌봄과 전문직 돌봄의 경계가 뒤섞이는 실천의 양태가 달라진다. 혈우병의 경우 의료진들이 약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자기돌봄의 영역에서 간호사들과 많이 접촉한다. 즉, 약물은 환자와 의료진들을 연결하여 자기 돌봄을 가능하게 하는 행위자이다. 한편, 만성질환자들이 약물을 가정에서 규칙적으로 복용하기 위해서는 더욱 복잡한 사회물질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환자들은 약물을 손쉽게 찾을 수 있는 특정한 장소(식탁 위, 냉장고 안)을 선택하여 아침이나 저녁, 휴식의 시간에 약물을 복용하는 것일 일상의 루틴으로 만들어 나간다. 이렇게 자리잡힌 인프라는 배열된 물질과 행위자, 특정한 시간과 공간의 연합을 통해 돌봄을 가능하게 하지만, 동시에 다른 실천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돌봄의 인프라는 관계적이고 상황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돌봄의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행위자나 물질, 공간, 시간과의 협상을 통해 실험되고 조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땜질하기(tinkering)가 환자들에게 더 좋은 의료적 결과를 가져다 준다는 보장은 없다. 단지 상황적으로 더 나은 실천을 찾아갈 뿐이다.
결론적으로 약물(medication)은 그 자체만으로 만성질환 환자들의 질병을 치료해주지 않는다. 만성질환자들에게 약물은 다른 돌봄의 실천들을 가능하게 하는 행위자이자 인프라적 실천 그 자체이다. 이는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기술(novel technology)이 돌봄에 도입될 때 간과될 수 있는 인프라적 요소와 실천들을 고려하도록 돕는다. 기술 그 자체가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은 일상적 실천, 약물, 기기, 보호자, 의료진들 등의 행위자들과 함께 실험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통해야만 환자들에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