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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bu Feb 12. 2024

몸치의 극치

나란 여자

나는 몸치다. 운동신경이 참 없다.

아직도 달리기를 어떻게 하면 빨리 뛸 수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은 빨리 뛰는 것에 관심도 없다.


초등학교 1학년 운동회 때

반아이들이 다섯 명씩 서서 달리기 시합을 한다.

출발선에 긴장감 없이 서 있다가

출발 소리에 스퍼트 없이 달려본다.

점점 거리가 벌어진다.


멀리서 나를 지켜보던 엄마와 친구 엄마들이

모두 쟤는 뛰는 거야 걷는 거야 라는 의문을 가졌다 한다.

아니나 다를까, 점점 멀어 저가는 아이들을 보며

잉? 왜 이런 거지? 점점 멀어지네...

하지만 걷는 듯 뛰는 거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3등까지 손목에 찍어주는 도장도 받을 수 없었고

청팀 백팀 팀 대항에도 졌다.

그날의 수확은 딸랑 공책 한 권뿐이었다.

상품이 초라한 것은 아쉬웠지만

운동회가 왜 재미있는지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운동장의 모래먼지가 잔뜩 낀 얼굴이 찝찝할 뿐이었다.


꼴찌로 들어온 나에게 엄마가 물어보셨다.

왜 이렇게 천천히 뛰냐고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이 가관이다.

왜 빨리 뛰어야 하냐고


승부욕 제로 인간.


그렇게 운동과는 담쌓고 지내던 내게

스웨덴살이는 여러 가지 운동을 할 기회가 생겼다.

일주일에 한 번 테니스,

따뜻해지니 골프,

가을부터는 동네마다 있는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

눈이 끊임없이 오는 겨울엔 스키,


학원 없는 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할 것은 운동뿐이다.

겨울은 특히나 운동하지 않고 집에만 있으면

마음까지 늘어지는 스웨덴


뭐든 했다. 해 봤다.

가장 좋아하는 운동이 스트레칭인 나에게

위에 운동들은 모두 익스트림 스포츠였다.


테니스는 일 년을 쳐도 남의 코트로 공이 넘어가기 일쑤고

골프는 점수를 내어보기가 민망한 타수다.

스케이트는 아이들과 배웠는데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링크를 가르는 아이들과 속절없이 멀어져 갔다.

스키는 강습 후에 선생님이 보내 준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분명히 아주 열심히 최고의 스피트로 탔다고 생각했는데

사진 속에 나는 그냥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친구와 카톡을 하다 웃긴 사진 보겠냐며 사진을 보냈다.

친구가 말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뼈대 인형 같아.

내가 답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그만할까?


1월의 어느 날 나는 사람들 앞에서 내가 얼마나 운동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는지에 대해

변명하듯 떠들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무도 관심이 없다.


운동에 권태기가 온다.

이럴 거면 지금이라도 모두 그만두는 게 나을까.


친구가 말한다.

그래도 넌 할 수 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멋진 스키어가 되어 돌아와


다시 한번 대답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글쎄


힘을내! 일어나! 포기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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