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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bu Mar 08. 2024

런던아이와 각종 박물관

초딩과 함께 갈만한 박물관들

넷째 날

자연사 박물관 - 과학 박물관 - 하이드파크 - 런던아이


체크포인트

런던 아이 여행 전에 미리 예매하기, 과학박물관에서 IMAX 예약해서 관람하기.



 런던 넷째 날.

 여행 와서 매일 아침 7시 반에 일어나서 아이들을 깨우고 재촉해 길을 나섰다. 오늘은 여러 박물관이 모여 있는 구역에서 박물관 두 곳을 구경하고 런던아이로 이동할 예정이다. 런던 아이를 저녁 8시 30분 예매해 두었기 때문에 하루를 천천히 시작해도 된다.


 느긋하게 일어나서 주변에 아침 먹을 곳을 검색했다. 아이 둘과 셋이 왔으니 어른인 내가 모든 걸 담당하는 게 당연하다. 혼자 모든 걸 결정하는 과정에서 아이들과 온 여행에서 찾아낸 장점이 있었다. 첫 번째는 매끼 내가 원하는 걸 고를 수 있다. 게다가 한식이면 한식 양식이면 양식을 고른 뒤 메뉴도 내가 원하는 것으로 3개를 제안할 수 있다. 맛없는 거 먹기 정말 싫어하고 항상 맛보고 싶은 메뉴도 여러 가지인 나로서는 꽤나 맘에 드는 장점이었다. 매끼 원하는 메뉴로 채울 수 있다는 장점을 찾고서는 메뉴 정하기에 동기부여가 될 지경이었다. 두 번째는 공식적으로 식사 준비에서 해방되었다. 돌밥의 연속인 방학에 매일 세끼 뭐 먹지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가족여행 때마다 저녁에 숙소에 돌아와서 항상 엄마가 하시던 말씀이 떠올랐다. 아휴 여행 오니 밥 안 해도 돼서 좋네~~~ 셋이서 다니는 게 힘들지만 돌밥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 오. 아이들과 하는 여행에 장점을 두 가지나 찾았다. 여행메이트의 관점에서 먹는 데 있어서는 항상 내 의견에 동의해 주는 두 친구가 있는 셈이다.


 오늘 아침은 첫째 날 먹은 피시바 옆에 있는 작은 카페다. 에그 베네딕트, 포케볼, 터키식 샌드위치, 오렌지주스, 크로와상, 머핀까지 전체적으로 평이 좋다. 우리는 여유를 즐기며 아침 식사를 하러 나갔다. 작은 카페에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각자 다른 메뉴로 세 가지를 시켰다. 오렌지 주스도 한잔씩, 아이들이 맛있다며 여길 매일 아침 오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그래 가능한 날은 여기 와서 아침을 먹자. 나도 동의했다. 토요일 아침 편안한 차림으로 느지막한 아침을 즐기는 런던 사람들, 자전거를 타고 와서 커피와 빵을 사가는 사람, 커플이 나란히 손잡고 들어와 마주 앉아 커피에 팬케이크를 먹는 사람들 멍하니 보고 있자니 우리도 마치 동네 주민이 된 듯하다.

 

 아침잠도 푹 자고 배도 든든히 채웠더니 다시 걸어 다닐 힘이 났다.

먼저 런던 자연사 박물관에 갔다. 지구에 관한 관에서는 화산 지진 등이 전시되어 있다. 아이들은 지진을 간접체험할 수 있게 만들어둔 부스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마트에 지진이 난 모습을 재현한 것이었는데 바닥과 함께 진열해 둔 물건들이 흔들렸다. 지구, 바다생물, 그리고 고대 생물들에 관한 전시를 차례로 봤다. 드디어 우리가 흔히 자연사 박물과 하면 떠올리는 커다란 공룡뼈가 나왔다. 천장에 매달린 엄청난 공룡뼈를 보자 어릴 때 공룡 마니아였던 큰 아이는 뼈만 보고 공룡 이름 맞추기에 여념이 없었다. 전시물 옆에 이름표를 봐도 읽기 힘든 공룡 영어 이름을 아이가 말하는 이름과 맞춰보며 지나갔다. 전시 양이 방대하기는 여기 자연사 박물관도 만만치 않다. 아무리 둘러봐도 끊임없이 나오는 뼈와 화석들의 향연을 뒤로하고 자연사 박물관을 나섰다.


 나오자마자 100미터 거리에 있는 과학 박물관으로 이동했다. 과학 박물관에는 관람할 수 있는 3D 영화관이 있었는데 힘들 때쯤 보면 좋겠다 싶어서 따로 돈을 내고 예매를 했다. 몇 가지 종류의 영상이 상영되는데 우리가 본건 바다생물에 관한 영상이었다. 다리도 쉴 겸 잠시 앉았다가 다시 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기에 좋았다. 사실 아이들이 열심히 영상을 볼 동안 나는 눈을 감았다. 엄마는 좀 잘께. 아이들이 영상 관람 후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각자 원하는 것을 본다. 수십 종의 비행기 모형을 천장에 매달아 두고 비행기의 역사를 알려주는 관도 있고, 전기에 대한 관도 있었다. 전기관은 아이들이 조작해 보고 체험해 볼 것들이 꽤 있었다. 쭉쭉 지나가니 통신에 대한 전시실도 있었는데 이쯤 되자 아이들의 집중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두 곳 다 가이드 없는 관람이었지만 아이들은 원하는대로 여기저기 다니면 이것저것 체험했다. 한마디로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곳, 어느 나라에 가도 아이들과 실패하지 않는 곳이 자연사 과학 박물관이 아닐까. 그렇게 오후에 박물관 두 곳을 관람하고 나와서 근처에 하이드파크로 향했다. 길을 따라 여기 박물관들이 모여있는 블록의 끝까지만 걸어가면 하이드 파크였다.


 말로만 듣던 하이드 파크다. 넓은 풀밭에 사람들이 쉬고 있다. 운동하는 사람, 뛰어노는 아이들이 넓은 공원에 한가로히 있었다. 하지만 이미 박물관 두 곳을 다녀와서인지 아이들은 공원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아이들이 씽씽이 타는 아이들을 보며 부러워하고 있다. 자기들도 지금 씽씽이가 필요하단다. 더 이상 걷고 싶어 않은 모양이다. 얼마나 걸어야 하는지 물어본다. 하이드 파크를 가로질러 나가 볼까 하는데 하고 했더니 어제 시내투어에서 공원도 몇 군데나 지나갔다며 더이상 공원을 볼 필요가 없단다. 여기가 가장 유명한 하이드 파크란 말이다. 하지만 둘은 완강했다. 하이드 파크인지 뭔지 공원은 다 같지 않냐고 가장 큰 공원이라면 대체 얼마나 더 많이 걸여야 하겠냐고. 바로 계획을 수정했다. 벤치에 앉아서 쉬다가 저녁이나 일찌감치 먹으러 가야겠다. 결국 하이드파크의 끄트머리만 살짝 보고 우린 다시 버스를 탔다.


 첫째 날 2층 빅버스 이층에서 멀리서 바라봤던 런던 아이가 커다랗게 눈앞에 나타났다. 유럽에서 가장 큰 대관람차답게 가까이 가면 사진 앵글에 다 들어올 거 같지 않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사진을 담고 다가갔다. 런던 아이는 예매를 되도록 빨리 해두는 게 좋다. 야경을 볼 수 있는 시간대가 가장 인기였다. 우리도 가능한 저녁시간표를 찾아서 예매한 게 8시 30분이었다. 탑승 시간이 9시였음에도 불구하고 런던의 여름해가 생각보다 길어서 어둑해지지 않은 상태로 런던아이에 올랐다. 천천히 돌아가는 런던 아이에 올라 아이들은 동영상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도 동영상을 켰다. 어느 여행지던 높은 곳에서 한눈에 도시를 담아보는 것이 여행자의 필수 코스 아니겠는가. 제일 높은 곳에 올랐다. 작아져서 금빛으로 반짝이는 국회의사당과 빅벤이 보였다. 템즈강에 하얀 물살을 일으키며 다리밑을 지나는 우버보트가 미니어쳐 장난감같다. 한 바퀴 도는데 30분 정도가 걸렸을까. 점점 작아지기만 하던 건물들이 다시 커지기 시작했고 다시 땅으로 내려왔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자. 런던 아이 근처를 천천히 산책하며 강을 따라 올라갔다. 저기 보이는 다리 건너 역에서 숙소로 가는 지하철을 타야 한다. 강가를 따라 걸어 올라가는데 곳곳에 푸드 트럭과 회전목마 그리고 버스킹 하는 가수가 나타났다. 회전목마를 둘째가 조르기 시작했다. 엄마 회전목마 타면 안 돼? 갑자기 무슨 회전목마야. 아~ 제발 타고 싶어~ 그래 타라 타. 애매한 표정을 하고 서있던 첫째에게도 물어봤다. 너도 탈래? 응. 그래! 둘 다 타자. 회전목마에 오른 둘째의 표정이 오늘 하루 중 가장 밝다. 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버스킹 하는 가수, 합창하는 사람들, 흥에 겨워 가운데로 나와 빙글빙글 도는 아이들. 완벽한 해질 무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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