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패스는 잘 따져보고 구매하기. 토트넘 경기장은 외곽에 위치. 우버보트는 당일 동선을 확인해서 적절히 탑승.
런던은 무료로 방문할 수 있는 미술관 박물관이 꽤 있다. 관람 필수인 내셔널 갤러리, 영국 박물관이 일단 무료이고 어제 방문한 과학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도 모두 무료다. 물론 이런 무료 전시관들도 특별 전시는 유료 관람인 경우가 있다. 그러나 박물관이나 미술관 규모가 워낙 커서 일반 전시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 특히나 런던 여행 기간이 짧고 주요 박물관 방문 만으로도 일정이 빡빡하다면 굳이 비싼 런던패스를 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일정이 일주일에 가까운 우리는 떠나기 전에 런던 패스를 구매했다.
런던 패스에 포함된 투어는 가짓수가 어마하다. 파워 J 어른이 구매할 경우에 발품만 잘 팔면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우리는 아이 둘과 함께여서 본전만 뽑자라는 생각으로 일정을 짰다. 구매한 런던 패스로 여행 초반에 런던 타워, 빅버스, 시내워킹투어(비록 실패였지만)를 했고 오늘은 토트넘 경기장, 타워 브리지를 방문했다가 우버 보트를 타려고 한다. 경기 직관은 무리더라도 토트넘 경기장도 가보고, 타워 브리지도 내부를 구경하고, 보트를 타고 템즈강도 달려보자. 오늘은 런던 패스 최대한 활용하기.
토트넘 경기장은 런던 시내를 벗어난 곳에 있기 때문에 오전 시간에 일찍 감치 다녀오는 게 낫다. 우리는 런던 2층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 근처 정류장에 내렸다. 확실히 외곽으로 나온 느낌이 났다. 경기가 있는 날은 일찍부터 식당과 상점이 모두 문을 열고 사람들로 북적거린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경기가 없는 날이어서 그런지 문을 연 식당도 많지 않고 주변도 조용하다. 홈구장에서 승리하는 날은 이 주변에 난리가 난다는데 지금은 그냥 외곽의 조그마한 동네로 보일 뿐이다. 이 작은 동네에 과연 경기장이 있는 걸까 싶은 마음이 들 때 갑자기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게 커다랗고 깨끗한 신식 건물의 경기장이 딱 나타났다.
입구를 찾다가 먼저 눈에 띈 건 각종 토트넘 기념품을 파는 샵이었다. SON이라는 글씨가 찍힌 손흥민 선수의 유니폼을 찾은 우리는 반갑게 바로 샵으로 직진했다. 정신 팔린 아이들은 잠깐 구경하게 두고 나는 입장 예약을 했다.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아 방금 들어간 팀의 다음 순서로 입장할 수 있다고 한다. 15분 정도만 기다리면 된다고 하길래 우리는 샵에서 모자도 써보고 컵도 보고 키홀더도 보고 인형도 보고 옷도 보고 다양한 종류의 토트넘 기념품을 둘러봤다.
투어 입장을 위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걸 보고 기념품은 투어 이후에 사기로 하고 얼른 무리에 합류했다. 커다란 모니터로 간단한 설명이 이어지고 입장할 때 오디오 가이드를 나눠준다. 우리에게 오디오 가이드를 나눠주던 사람이 웨어 아 유 프롬을 묻는다.
"사우스 코리아."
"오! 위 러브 소니!"
"땡큐!"
오디오 가이드 언어를 한국어로 맞춰서 우리에게 건네준다. 오디오 가이드에도 한국어가 지원되다니. 손흥민 덕분인가! 가이드를 받아 들면투어 순서가 나온다. 그 순서에 따라 경기장을 돌아보면 된다. 토트넘 후스펏의 역사와 경기장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등에 대한 내용들이다. 놀라운 점은 이 구장이 이중 개폐식 잔디구장이라는 것이다. 축구 잔디 아래 미식축구 잔디가 따로 설치되어 있단다. 바닥을 교체하면 미식축구 경기장으로 사용 가능해서 일 년에두 번이상 NFL 경기를 이 구장에서 한단다.이 넓은 구장의 잔디가 두 겹이라니. 넓은 축구장 잔디를 바라보며 최대한 앞자리에 앉아봤다.실제 경기를 하면 얼마나 가까이서 선수들을 볼 수 있을지 가늠해 봤다. 이어서 각각 홈팀, 어웨이팀의 락커룸, 인터뷰하는 프레스 존, 선수들 물리치료 하는 룸까지 둘러보고 선수들처럼 입장해서 잔디까지 밟아보고 투어가 끝이 났다. 기념품 샵에서 SON이 새겨진 기념품을 구매하고 뿌듯하게 경기장을 나왔다.
일찍 서두른 탓에 점심시간 전에 일정이 끝났다. 아무래도 근처에서 점심을 먹기엔 문을 연 식당이 많지 않다. 다음 목적지인 타워브리지로 가자. 타워 브리지에 도착하자 빗방울이 간간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타워브리지는 다리를 걸어가다 중간쯤에 입구가 있었다. 천천히 다리 위를 걸으며 점점 커지는 타워 브리지에 다가갔다. 생각보다 줄 서있는 사람이 많았다. 브리지 내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해서 윗층에 도달한다. 밖에서 볼 때 양쪽 탑 부분에 엘리베이터가 위치해 있는 거겠지? 내부로 들어선 이후에 다시 한번 좁은 계단을 지나 두 탑을 이어주는 기다란 통로에 들어섰다. 내부를 구경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통로의 중간즈음에 바닥을 유리로 해 둔 곳에서 사람들이 너도 나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잠시 아찔했지만 우리도 얼른 유리 위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타워브리지를 예전엔 어떤 방식으로 움직였는지에 동력 기계를 재현해 놓은 전시물도 구경했다. 개인적으론 아이들이 관람하면서 중간중간 퀴즈도 풀고 미션 도장도 찍을 수 있는 부분이 좋았다. 덕분에 아이들이 좀 더 즐거워하면서 관람하지 않았나 싶다. 큰 기대 없이 갔는데 아이들도 엄마도 만족스런 타워브리지였다.
벌써 늦은 오후다. 이제 템즈강에서 우버보트를 타 보자. 타워브리지에 들어가기 전에 한두 방울 떨어지던 빗방울이 제법 굵어졌다. 유람선은 아니지만 어느 도시던 강이 있는 곳에선 배도 한 번 타주는 게 관광객의 예의 아니겠는가. 비록 보트를 타자 더우 세진 빗발에 빗물이 주룩주룩 흘려내리는 창 밖을 구경해야 했지만 다시 한번 런던 아이, 빅벤, 국회의사당 등을 눈에 담았다. 둘째도 이제는 런던 관광 명소의 이름은 까먹지 않겠지. 몇 번이나 반복 학습을 하고 있는지.
오늘은 우버보트를 마지막으로 숙소로 돌아간다. 내일은 아침 일찍 당일 투어 팀을 만나서 런던 남쪽 끝 바닷가에 위치한 세븐 시스터즈와 브라이튼을 관광할 예정이다. 내일 투어가 드디어 여행의 마지막 일정이다. 엄마가 가이드가 되어야 하는 자유 여행은 오늘이 끝이다. 처음에 걱정했던 것보다는 여행이 꽤 순조로웠다. 런던은 대도시답게 교통편이 어디나 촘촘히 연결되어 있었고 가는 곳마다 유명한 볼거리가 무척이나 많았다. 구역별로 나눠진 명소들을 모아서 관광하는 계획을 짰더니 처음에 계획했던 일정을 거의 다 소화했다. 아이들이 많이 자라긴 했나 보다. 길 찾기에 약한 엄마를 도와 첫째가 지도를 보고 선두로 길을 찾기도 하고,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보지 않는 둘째가 엄마가 미쳐 보지 못하고 지나온 것을 기억해 줘서 도움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서로 도울 수 있다면 우리 꽤나 괜찮은 팀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