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술 후 몸이 거의 다 회복할 때쯤 미용실을 갔다. 시기를 놓친 머리는 갈수록 덥수룩해졌고 거울에 비친 퀭해진 눈과 감당 불가능한 머리를 볼 때마다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주말의 미용실은 꽤나 북적거렸다. 남녀노소 관계없이 주말이 되면 미용실을 와야겠다고 다짐한 듯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선을 본다며 드라이를 하는 남자와 머리를 자르기 싫어하는 3살짜리 아이, 새침하게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는 여자 손님까지 오랜만에 사람 구경을 하니 재미있었다.
사실 나는 커트만 하러 왔지만 디자이너에게 혹시 시간이 되면 뿌리 매직이 가능한지 물었고 그렇게 장장 3시간을 그곳에 붙잡혀 있었다. 디자이너와 변덕스러운 요즘 날씨 이야기와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 마음속 깊이 있는 ’고민거리‘는 잊혀갔다. 잘려가는 머리카락을 보면 묵은 때를 벗겨낸 것처럼 시원하기도 했다. 다 끝나고 집으로 향하면서 ‘그래, 역시 기분전환에는 미용실이야.’라고 속으로 외쳤다.
나는 좋아하는 게 몇 가지 있다. 누군가 나에게 물어본다면 제일 먼저 ‘물건 버리기’와 ‘정리하기‘라고 말할 것이다. 예를 들어 옷은 1년 정도 기간을 잡았을 때, 한 번도 입지 않았으면 무조건 버린다. 애착하는 옷은 2년 정도로 기간을 늘리기도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입지 않았다면 다시 꺼내 입을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화장대도 주기적으로 정리한다. 화장품도 손이 잘 안 가는 게 있지만 언젠가 쓰지 않을까 해서 두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다 버린다. 깨끗해진 공간을 보면 뭔가 내 마음도 잘 정리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작년쯤, 집 근처 산책로를 걷다가 어느 화원을 발견했었다. 다른 집과 다르게 아기자기하면서 트렌디한 그곳에 마음을 뺏겼다. 집이 작아 화분은 놓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근 일 년간 3개의 식물을 분양해 왔다. 그리고 귀여운 이름도 지어주고 식물등도 달아주며 애지중지 키우고 있다. 상한 걸 잘라주거나 분무기로 물을 줄 때면 정말로 ‘힐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에게 회복을 위한 휴식기가 주어졌다. 나중에 돌아보면 그저 두 달 정도의 짧은 기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초반에는 자주 꾸지 않던 꿈도 매일 꿨다. 내 주변의 누군가가 임신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축하해 주지 못하는 꿈, 친구에게 유산 사실을 알리며 우는 꿈 등 잠에서 깨어서도 내 스스로를 갉아먹는 꿈을 꿨다.
흐르지 않을 것 같은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흐르고 있었고 정말 시간이 약이었다. 심지어 아이가 없는 지금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누군가가 나에게 나는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왜 그렇게 느꼈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나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찾아서 하고 있었을 뿐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