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준비하며

by chacha

소파술 후 5주가 지났고 다시 생리가 시작했다. 시간은 흘러 2월 중순을 향해 가고 있었다.

목련 나무는 벌써 꽃을 피우려고 꽃몽우리가 통통하게 차올랐다. 몇 주 전까지 급격하게 떨어진 기온에 두꺼운 롱패딩을 입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봄이 오고 있었다.


다음 생리 주기부터는 다시 난임 병원에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니 지금이라도 무언갈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남편도 근무가 3조 1 교대로 바뀌면서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서 좋았지만 동시에 각자의 시간을 보낼 시간도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일을 구해보기로 했다.


예전에 잠시 학원에서 초. 중 수학을 가르쳐본 경험을 살려 집 근처 수학 보습학원에 파트타임으로 지원했다. 면접을 보기로 했고 원장은 남자였다. 이런저런 질문을 하던 원장은 내가 결혼을 했다고 하니 다짜고짜 자신의 와이프가 ’임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신 예정이라니, 나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들어보니 이 부부는 시험관을 하고 있고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의 와이프를 빗대어 내가 임신을 한다고 해도 자기는(회사는) 이해해 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주량을 물어봤었다. 그리고 내가 술은 잘 먹지 않는다며 말하니 이제 자기는 임신을 위해 해야 할 일을 다 끝냈다면서 술을 맘껏 먹어도 된다며 하지 않아도 되는 말까지 덧붙였다.

면접에서 주량까지 물어보는 이곳에 꼭 다녀야 할까 생각을 하다가 그가 해맑게 웃으며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다 끝냈다.‘라고 말하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배아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정말 해야 할 일이 끝난 것인지 되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말한다면 내가 난임 시술 중임을 밝히는 꼴이 될 것 같아 속으로 참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면접을 곱씹어보았다. 내가 난임 시술 중임을 밝히지 않았기도 했고 어색한 상황에 화제를 돌리려 그저 우스갯소리를 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저녁, 전화로 면접에 합격했다고 연락이 왔다. 그 순간 아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꾹 참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돌아보면 작년 한 해는 ’임신‘이라는 키워드에 갇혀 있었던 것 같다. 올해도 그 키워드를 가지고 가겠지만 그 밖의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한 해를 보내고 싶어졌다. 그 도전이 크지 않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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