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란기에 쓰는 일기
돌이켜보면 우리는 작년 봄부터 임신을 기다려 왔다. 피임만 하지 않으면 바로 임신이 될 줄 알았던 그때는 배란테스트기를 써보며 날짜를 맞춰보기도 하고, 집 근처 산부인과에 가서 날짜를 받아오기도 하며 6개월의 시간을 보냈었다.
나는 달력에 받아온 날짜를 빨간색 펜으로 동그라미를 치며 그날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막상 그날이 되면 즐겁지가 않았고 부담스러웠다. 그때부터였을까. 우린 난임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의술의 힘을 빌리고 싶었다.
소파술을 하고 두 번째 생리부터 다시 인공수정을 시작하기로 한 우리는 첫 번째 생리가 끝나자마자 마지막일지 모를 자연 임신을 계획했다. 인터넷으로 배테기를 주문하고 지웠던 배테기 전용 어플을 새로 깔았다. 또다시 달력에 표시하며 다가오는 그날을 위해 서로 조심했다.
오르지 않을 것 같던 배테기의 수치는 생리 시작 2주가 되자마자 급격하게 올랐다.
오늘이 피크일까, 내일이 피크일까?
작년 이맘때 수치와 비교해 보며 언제 관계하는 것이 나을지 생각했다. 그저 병원에 가기 전 '시도해 보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며 기대를 안 하기로 결심했지만, 만에 하나 성공한다면 난임 병원을 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또다시 기대를 하고 있었다.
또 배란기가 지나면 '혹시나'하는 마음에 몸을 조심하고 있을 내가 눈에 선해 보였다. '혹시나' 수정에 방해가 될까 봐 좋아하는 커피도 디카페인으로 바꿔 먹고 '혹시나' 피부에 바르는 아토피 연고가 해가 될까 봐 가려움에도 바르지 않겠지.
모든 일상이 자궁의 시간에 맞춰 바뀔게 뻔했다.
임신을 계획하고 자연 임신 시도, 인공수정, 시험관을 거치며 '기다림'의 시간이 가장 길다는 걸 알기에 또 이 기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여기서 내가 생각하는 기다림의 시간은 배란 후 ~ 생리가 시작하는 약 2주간의 시간이다.
또 생리 예정일이 다가오면 온갖 증상이 마치 임신의 초기 증상과 같아 보이고, 얼리 테스터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테스터기의 노예가 되겠지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의식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하고 있다. 나는 누구보다 건강한 세포끼리 만나길 바라기 때문이었다.
초기 유산을 겪어보니 착상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전자적 문제가 없는 건강한 아이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전에 누군가 나에게 임테기 두 줄을 보는 것보다 건강한 아이를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을 때는 몰랐던 그 말의 뜻을 직접 경험해 본 이제가 되어서야 진정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또 그렇게 기다림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