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억나지 않을 어렸을 때부터 뚱뚱했다. 고등학생 때 기숙사에 들어가면서 몸무게는 78kg까지 늘었고 키도 173까지 훌쩍 크면서 온몸에는 살이 터져 생긴 상처가 가득했다. 그때는 살을 빼야 한다는 생각조차 안 하고 살았었던 것 같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팠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그때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하루 종일 걸어 다니게 되었는데 어느 순간 살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3~4km 거리에 있는 스타벅스를 목적지로 정했다. 구석구석 구경하며 걷다 보면 커피숍에 도착했고 먹고 싶은 커피를 한 잔을 사서 먹고 돌아오기도 했다. 학교를 졸업할 때쯤 20kg가 빠져있었고 첫 직장에 다닐 때 55kg가 되어있었다. 고등학교 동창을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면 나에게 “혹시 어디 아팠어?”라던가 “왜 이렇게 말랐어?“라며 변한 내 모습에 놀라기 일쑤였다. 나는 변화한 내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아침 몸무게를 쟀다. 강박처럼 먹는 양을 줄였고 화장실을 못 갈 때면 변비약을 사 먹으며 몸무게에 집착을 했다. 운동보다는 절식이었다. 몸은 망가져갔고 체력은 바닥을 쳤다. 지하철에서 어지러워 주저앉아본 적도 있고 무릎과 발목 관절이 약해져 정형외과를 집처럼 드나들기도 했다.
이렇게 살 순 없었다. 그런 마음을 가진 시기에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체력 약한 내가 흥미를 가질 정도로 재미있었다. 4년을 꽉 채워 운동을 하다 보니 굽은 어깨와 등이 조금씩 펴지기 시작했고 삶의 활력이 생겨 얼굴이 밝아졌다. 게다가 먹고 싶은 걸 먹어도 몸무게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살을 빼고 8년 넘은 지금은 58kg 정도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아직도 매일 몸무게를 재고 기록하는 버릇이 남아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기록을 하다 보면 재미있는 수치가 보일 때가 있다. 시험관을 시작할 때, 대게 난포를 키우는 과배란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는다. 나는 주사를 맞았었는데 맞기 시작하고 일주일이 되자마자 하루에 0.2kg씩 늘었다. 난자 채취하는 당일에는 시작일(58.4kg)에 비해 1kg가 늘었고 채취 후에는 복수가 차서 61.8kg까지 2주 만에 3.4kg가 늘었다. 그리고 난자 채취 2주 차가 돼서야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3차 인공 수정 시술 후 임신을 확인할 때까지도 튀는 수치가 있었다. 시술 후 4일째부터 몸무게가 조금씩 줄더니 2주째에는 1kg가 줄어있었다. 단순하게 몸무게로 판단할 수 없지만 1년간 그렇게 빠지지 않던 1kg가 줄었던 그때, 수정과 착상으로 내 몸이 좀 더 열량을 쓰지 않았을까?하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소파술을 했을 때도 수술 붓기라는 것이 정말 존재했다. 정확히 1kg가 늘었고 되돌아오기까지 또 1주일이 걸렸다.
나는 난임 병원에 다니고 시험관을 시작하면서 ‘시험관 하면 살찌는 거 아니야?’라고 막연하게 걱정했었다. 실제로 겪어보니 호르몬제를 다량 사용하기 때문에 몸이 붓고 둔해졌다. 그리고 시술을 하고 나면 회복이나 착상을 위해 평소보다 덜 움직이게 되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스트레스와 우울감에 폭식을 하게 되기도 하니 당연하게 몸무게가 달라졌다. 게다가 난임으로 스트레스가 심한데 동시에 다이어트까지 한다는 건 거의 ‘부처’나 할 수 있는 일 같았다.
처음 시험관을 했을 때, 몸무게가 늘어날까 봐 조바심에 운동을 매일 하기 시작했었다. 필라테스와 요가를 매일 번갈아가며 했고, 저녁에는 30분 달리기까지 했었다. 그때는 이번 차수에 임신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꿈같은 희망과 실패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동시에 안고 있었다. 게다가 멋모르고 난자 채취 2일 전까지 운동을 했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조기배란이 시작되고 있다는 말에 괜히 했나 후회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의외로 몸을 바쁘게 놀리니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살이 찔까 봐 시작한 운동이 난임으로 받고 있던 스트레스를 줄여주었고 성취감까지 느끼게 해 주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3km, 5km, 10km... 달리기 목표를 이룰 때마다 난임으로 낮아진 자존감이 한 칸씩 채워졌다.
나는 아직도 매일 아침 몸무게를 잰다. 이전과 달라진 것은 ‘몸무게 숫자로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때처럼 운동에 진심은 아니지만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하며 ‘평생 다이어트’ 중이다.